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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노동 이슈 빼고 양은 반으로… 국내 인권 외면한 인권위 유엔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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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노동 이슈 빼고 양은 반으로… 국내 인권 외면한 인권위 유엔보고서

입력
2015.03.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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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안에 민감한 내용 전부 삭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에 제출하는 주요 인권규약 이행 자료에서 국내 인권 이슈를 대거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한국의 인권상황 후퇴를 우려하는 국제앰네스티의 보고서가 나오는 등 인권위 역할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일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올해 10~11월 열리는 유엔 자유권규약(시민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 제4차 국가보고서 심의에 제출할 ‘정보노트’ 최종안을 마련, 의결을 앞두고 있다. 정보노트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가 2007년 이후 한국의 자유권규약 이행 정도를 판단하는데 필요한 핵심 자료다. 자유권규약위원회는 각 국가별 비정부기구(NGO), 인권기구 등으로부터 제출 받은 참고자료와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각국 정부에 권고사항을 통보하고 있다.

문제는 인권위가 정보노트 기입 항목을 초안보다 절반가량 줄여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삭제 부분이 대부분 국내 인권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이다. 당초 인권위 인권정책과는 지난달 15일 개최된 제2차 상임위원회에서 국내 인권쟁점 항목 65개를 담은 정보노트 초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내부 회의와 인권위원 회람을 거치면서 최종안에는 초안보다 34개 감소한 31개 쟁점만 보고서에 포함됐다. 삭제된 항목에는 ▦성소수자 차별 ▦기업 강제노동 ▦언론 독립성 ▦집회ㆍ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채증 문제 등 국내 주요 인권 사안이 상당수 있었다. 특히 앰네스티가 우려를 표한 세월호 참사 및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 등 민감한 사안이 수정 과정에서 전부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들은 “인권위의 이중잣대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비난하고 있다. 앞서 올해 1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민간의 대북전단 살포를 적극 두둔했던 인권위가 정작 국내 인권문제에는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위의 역할은 국제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춰 한국의 인권상황을 정확히 보고하는 것인데 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존재 이유를 망각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부실한 정보노트는 이달 열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등급심사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이미 ICC로부터 두 차례 ‘등급보류’ 수모를 당한 바 있다.

인권위는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자유권 침해가 심하지 않은 사안들은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보고서를 광범위하게 작성하기 보다 구체적 사안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작업이 마무리 되면 추후 보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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