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LG의 캠프 연습경기가 열린 1일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김성근(73)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와 그가 한때 몸담았던 LG의 첫 대결로 경기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현역 사령탑들의 대부분을 제자로 둔 ‘최고령’이지만 특히 양 감독과는 인연이 각별하다.
경기 전 김 감독을 찾아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점심식사를 함께 한 양 감독은 “부산고 2학년 때 처음으로 청소년 대표로 뽑혔는데 그 때 김성근 감독님께서 대표팀을 맡았었다”며 “그 때 내게 감독님께서 한국 왼손투수의 계보를 이어가라는 격려를 해 주셔서 가슴 벅찼다”고 떠올렸다. 이어 1989년엔 김 감독이 태평양 사령탑을 맡았을 때 양 감독은 주축 투수로 8승을 올렸다.
최근엔 묘한 인연으로 이어졌다. 김기태(46) KIA 감독이 돌연 지휘봉을 반납한 지난해 4월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하고도 경질했던 김성근 감독의 재영입을 전격적으로 추진했다. 백순길 단장이 구본준 구단주의 재가까지 받아 김 감독에게 정식으로 요청했는데 김성근 감독은 “후배(김기태 감독)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고양 원더스와 계약 기간이 남아 있다”며 완곡하게 거절했다. 이에 LG는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던 양 감독 영입으로 선회했고, 양 감독은 LG와 계약하자마자 김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고마움의 뜻을 전했다.
야구 인생을 돌고 돌아 ‘감독 대 감독’으로 다시 만난 둘은 경기에선 한 치 양보 없었다. 한 차례 역전을 당했던 LG가 6회초 백창수(27)의 결승 2타점 3루타에 힘입어 5-3으로 재역전승했다.
두 감독 모두 지도자 인생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즌이다. ‘한화가 마지막’이라고 일찌감치 선언한 김 감독은 올 시즌 강력한 다크호스로 지목 받고 있다. 배영수 송은범 권혁 등 FA(프리에전트) 3인방 영입 등으로 내실 있는 전력 보강에 성공한 김 감독은 특유의 지옥훈련과 쓴 소리로 선수들을 채찍질했다. 그래서 류중일(52) 삼성 감독을 비롯해 대부분 감독들은 한화를 ‘5강’ 후보로 꼽는다.
지난해 시즌 도중 부임한 양 감독 역시 풀 시즌을 치르는 첫 해로 검증의 시험대에 선다. 지난해 기적적인 레이스로 16년 만에 2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던 LG는 올해 또 5강에 들면 전성기를 구가했던 1993~95년 이후 20년 만에 3년 연속 ‘가을 잔치’에 참가하게 된다.
한화와 LG 모두 최근 부상 선수들로 걱정이 많다. 김성근 감독은 “팀은 겨울인데 나 혼자 여름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어려운 팀 상황을 에둘러 표현했다. 반면 양 감독은 “박경수가 kt로 이적하고 한나한이 부상 중이라 내야가 불안하다고 볼 수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충분히 해 줄 수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오키나와(일본)=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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