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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수 속에 퇴임하는 대통령

입력
2015.03.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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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지도자 가운데 퇴임 시 지지도가 집권 초 지지도를 능가하는 사례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온갖 장밋빛 공약으로 국민의 기대를 높여놓고 막상 재임 중에는 그 기대를 턱없이 충족시키지 못하는 탓이다. 그래도 예외는 있다. 근래의 경우만 보면 핀란드의 최초 여성 대통령인 타르야 할로넨과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다. 할로넨은 집권 초 지지도는 50%였으나 재선에 성공한 후 퇴임 시 지지도가 80%를 넘나들었다. 재선에서 과반 득표를 못해 결선투표를 거쳐야 했던 룰라는 퇴임 시 87%의 경이적인 지지율을 기록했다.

▦ 떠날 때 더 많은 박수를 받은 지도자가 또 한 사람 탄생했다. 어제 5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79세의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다. 퇴임 즈음 지지도가 65%에 달했다. 재임 중 국민 1인당 소득이 36%나 늘고 빈곤율도 크게 감소하는 등의 업적에 힘 입어서다. 건강보험제도 개혁에 힘쓰고 교육예산을 크게 늘리는 등 사회ㆍ경제 분야의 주요 개혁에서도 성과가 상당했다. 14년을 복역한 게릴라 투사 출신의 좌파 정치인이었지만 외국기업 유치에 앞장 서는 등 급진과격파 이미지와는 다른 정책을 편 게 주효했다.

▦ 그는 세계에서 가장 청빈한 대통령으로도 유명했다. 수도 몬테비데오 근교의 작은 농장과 1987년제 폭스바겐 한 대가 소유한 자산의 전부다. 대통령 급여의 90%를 자선단체나 사회복지기금으로 내놓았다. 대통령 관저를 마다하고 다리 하나가 없는 애완견과 함께 자신의 농장에서 거주하며 폭스바겐을 타고 출퇴근했다. 그의 평범한 시골 할아버지 같은 생활은 그의 주요 정책만큼이나 지구촌의 관심을 모았다. 영국의 BBC방송은“세계에서 제일 가난하지만 제일 멋진 대통령”이라고 소개했다.

▦ 그의 청빈한 생활은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지속 가능한 인류문명에 대한 신념에서 비롯된다. 그는 2012년 6월 브라질에서 열린‘리우 환경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대량소비 함정에 빠진 인류문명과 세계화의 폐해를 날카롭게 지적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루과이 국민들은 신념과 실천이 일치했던 대통령을 존경하며 퇴임을 아쉬워하고 있다. 취임 초 높은 지지율을 누렸다가도 손가락질 당하며 퇴장한 대통령만 봐온 우리로서는 참 부러운 일이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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