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불쌍하다

입력
2015.03.01 16:24
0 0

아버지에게 가난은 두려움이자 구속이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젊음을 바쳤다. 1960년대 맨주먹으로 상경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하셨던 것 같다. 강한 정신력으로 버텨냈고 몇 번의 시련을 거쳐 가난을 극복하는데 성공하였다. 고되고 흔한 스토리다. 아버지에게 불쌍한 것은 가난한 자이며, 불행한 것은 게으른 자이다. 인간적으로 대단히 존경 받을 만한지만 가족들에게 다정한 아버지로 남지는 못하였다. 아버지 덕분에 공부라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고, 또 얼마간 마음껏 놀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다. 젊은 아버지가 간절히 원했지만 가보지 못했던 길이었다. 공부를 하고 글을 쓰면서 대단한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고 아버지만한 경제적 보상도 주어지지 않았지만 아버지도 나도 어느 정도 만족하였다. 내게 불쌍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는 자이며, 불행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자이다.

아버지는 여전히 철저한 자기 관리와 믿음 속에서 노년의 시간을 보내신다. 나는 때늦은 육아로 정신없이 살아가지만 아버지만한 부모가 되어 주지는 못할 것 같다. 인내심도 용기도 부족하다. 문득 내 아이들이 연민과 동정을 어디서 느낄지, 자신의 부모를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해진다. 그 궁금증 속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포함되어 있다. 다른 시대를 조금 다르게 걸어갈 것이지만 제 부모와 또 많이 닮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롭고 자애롭기를 기대해본다.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