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크렘린궁 인근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27일 사망한 보리스 넴초프(55) 전 부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권을 이끌어 온 자유주의 성향의 대표적 반정부 인사다. 그는 지난 2008년 야권운동 단체 ‘솔리다르노스티’(연대)를 꾸려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와 부패 등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2011년 총선 이후엔 변호사 출신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 등과 선거 부정, 푸틴의 장기 집권 시도 등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다.
대표적 친(親)우크라이나 인사로도 유명한 넴초프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그는 2004년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권 교체 혁명인 ‘오렌지 혁명’당시 시위 현장을 찾아 시위대를 지지하는 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2005년부터는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 체제에서 약 1년 반 동안 비상임 고문으로 일했다.
앞서 넴초프는 1990년 소련 내 러시아공화국 최고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며 정치에 발을 들여 놓았다. 농업개혁과 무역자유화 등을 위한 입법 활동을 주도했던 그는 당시 최고 회의의장이었던 러시아 초대 대통령 보리스 옐친의 눈에 띄게 된다.
넴초프는 옐친 정권에서 니제고로드스크주 주지사(1991~97년), 연료·에너지부 장관(1997년), 제1부총리(1997~98년) 등 요직을 두루 맡으며 푸틴과 옐친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여파에 따른 러시아의 치명적 경제위기로 옐친 정권이 흔들리면서 그도 부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정치적 인기도 추락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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