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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권 퇴행 잇단 징후에 정부, 인권위 반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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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권 퇴행 잇단 징후에 정부, 인권위 반성해야

입력
2015.03.0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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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에 제출하는 인권 자료에서 중요한 인권 관련 사안을 다수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인권위는 당초 지난달 열린 상임위원회에서 65개의 쟁점 항목을 안건으로 올렸으나 최종안에는 절반 가량을 삭제해 31개 항목만 포함시켰다. 세월호 참사 관련 등 집회ㆍ시위 현장에서의 공권력의 무리한 채증,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언론기관의 독립성, 쟁위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등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중요한 인권 사안이 수정 과정에서 대거 빠졌다. 인권위가 국내의 인권 상황을 그대로 알려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고 인권 후퇴를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HRC)는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이행 정도를 파악해 해당 정부에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 자유권규약을 비준한 이후 세 차례 심의를 받았고 올해 4차 심의를 앞두고 있다. UNHRC는 가입국 정부와 비정부기구로부터 받는 자료를 참조해 ‘최종 견해’를 확정하는 데 우리처럼 독립적 국가인권기구가 있는 경우에는 이 자료를 중점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거나 명백한 인권 침해 사례를 제외한 것은 직무유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인권위가 현병철 위원장 체제 이후 인권침해나 표현의 자유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온 것은 익히 알려진 바다. 이런 이유로 인권위는 세계 120개국 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지난해 두 차례나 ‘등급 보류’라는 수모를 당했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자칫 이번 인권자료 삭제 사태가 이달 진행되는 국가인권기구의 등급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가입 이후 줄곧 A등급을 유지해왔으나 이번에 등급이 하락하면 각종 투표권을 박탈당하는 등 인권 후진국 취급을 당하게 된다.

인권위의 위상 추락과 함께 최근 우리의 인권 상황은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제 인권운동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25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인권이 후퇴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국제앰네스티가 국내 개별 인권 현안에 우려를 표명한 적은 있지만 ‘전반적 후퇴’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유엔특별보고관들은 이달 열리는 제28차 유엔인권이사회 발표를 앞두고 우리 정부에 지난해 밀양 송전탑 철거과정에서의 인권침해 상황과 전교조 법외노조화 조치 등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과거 수많은 사람의 희생을 통해 끌어올린 우리의 인권보호 수준이 연일 추락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정부와 인권위의 반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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