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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부르는 '분노 범죄' 개인 문제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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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부르는 '분노 범죄' 개인 문제 넘어섰다

입력
2015.02.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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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사회에 대한 신뢰 낮아, 대화보단 극단적 해결하려 해

분노조절장애도 원인으로

27일 경기 화성시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70대 남성이 재산 문제로 형과 불화를 겪다가 엽총을 난사해 노부부 등 3명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범죄로 조사됐다. 돈과 애정 문제로 갈등을 빚다 옛 동거녀 가족 3명을 엽총으로 살해하고 자살한 세종시 50대 남성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지 불과 이틀 만에 벌어진 비극이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모두 피해자와 갈등 때문에 생긴 분노를 참지 못해 저지른 잔혹 범죄였다는 것. 이처럼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해 극단으로 치닫는 ‘분노 범죄’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분노 범죄를 사인(私人) 간 갈등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여러 사회 병리 현상이 쌓여 발생하는 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6일 경남 통영시에서는 50대 남성 A씨가 최근 헤어진 동거녀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성격 차이로 이별을 했지만 미련이 남은 A씨는 다시 시작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던 그는 “다시 같이 살자는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걸 보고 순간적으로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13일에는 서울 강남구의 한 떡볶이 가게 주인이 “어묵 국물이 짜다”는 등 불평을 늘어놓는 손님을 흉기로 33번이나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평소 장사가 안 돼 스트레스가 쌓여 있던 차에 순간 격해진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벌어진 살인이었다.

지난달 24일에는 선원 정모(42)씨가 선원 소개소와 마찰을 빚다 홧김에 시장에 불을 지른 ‘부산 국제시장 방화’사건이 일어났고, 같은 날 서울 중계동에서는 주차를 잘못했다고 항의하는 행인을 차주인이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모두 단순한 말다툼으로 얼마든지 끝날 수 있던 범죄였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분노 범죄는 개인적이거나 가정적인 불화 관계가 발단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과 사회가 불화의 원인을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평소 축적됐던 스트레스와 울분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표출된다”고 분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간, 계층간 단절이 심한 한국 사회에서는 타인과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대화와 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보니 분노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부에서 오는 스트레스, 분노, 상대적 박탈감을 못 이기고 살인이나 폭력 충동에 휘둘리는 ‘분노조절장애’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교수는 “어려서부터 경쟁 등 스트레스 상황에 자주 노출이 되고 이것이 쌓인 상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분노나 충동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총기난사 사건이 자살로 모두 끝난 것도, 통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향하는 분노를 참지 못하는 분노조절장애의 단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충동조절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최근 5년 동안 30% 이상 늘어나 2009년 3,720명에서 2013년에는 4,934명까지 증가했다.

구 교수는 “결국 주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계속적인 소통 등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분노를 줄이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도록 다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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