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윤상직·안종범 이어 유승민 가세 역대급 맨파워
역대 경제부처 장관 6명, 전ㆍ현직 부처 차관급 이상 15명, 1급 이상 전ㆍ현직 고위공직자까지 포함하면 수 십 명을 훌쩍 넘어서고, 배출된 의원만 10여명에 달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경제학과 출신인 유승민 의원이 이달 초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당ㆍ정ㆍ청 경제라인까지 장악했다. 가히 역대급 맨 파워라 할만하다. 미국 위스콘신대 유학 학맥 얘기다. 미국 중서부의 매디슨이라는 소도시에 위치한 주립대에 뭐가 있길래 국내 인재들이 대거 몰렸던 것일까. 더불어 정ㆍ관계의 속성상 고위직 진출과 관련한 학맥의 작용 여부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럽다.
1996년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딴 배국환 인천시 경제부시장은 “공무원과 일반 유학생 숫자가 많아 우연히 그렇게 됐을 뿐”이라고 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까지 위스콘신대의 개발도상국 공무원 대상 학위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어 공무원들이 많이 몰렸다고 한다. 여기에 상위권인 교육 수준에 비해 저렴한 학비와 생활비로 일반 유학생까지 가세하면서 파워 인맥의 산실이 됐다는 것이다. 배 부시장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처럼 개인 능력으로 (고위직에) 많이 올라갔었고, 동문이라 해서 끌어주고 밀어주는 것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특정 외국대학 출신 동문들이 같은 시기에 경제 라인을 장악하고, 고위층 관료를 이렇게 많이 양산하고 있는 예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유학 학맥은 상대적으로 결속력이 떨어지기는 하나 친박 핵심인 최경환 부총리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을 적극 추천했고, 같은 경북 경산 출신의 윤상직 장관 유임에도 힘을 썼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최 부총리와 윤 장관은 올 초 동문회장직도 주고 받았다. 동문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각이 있다. 위스콘신대 출신인 한 국립대 교수는 “가장 정치적인 사람들이 동문회를 활성화시키고 동문회를 자신들의 ‘빽’으로 키우려고 한다”고 했다.
특히 경제라인의 동조화로 인한 다양성 실종 우려도 없지 않다. 정부 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지안 전통의 미국 동부 쪽과 달리 위스콘신대 경제학 쪽은 시장 자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학풍을 갖고 있다고 한다.
물론 위스콘신대 출신 공무원들이 각 부처의 실ㆍ국장급에 여럿 포진해 있기는 하지만 계속 위세를 떨칠지는 미지수다. 80년대 중반 위스콘신대에서 공부한 김상범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은 “90년대 중반 이 대학의 공무원 학위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싼 학비 메리트도 사라져 그 이후 위스콘신대로 가는 공무원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2005년부터 한 대학에 공무원의 유학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인원 제한을 두면서 다변화됐다. 미국 위주에서 영국(런던정경대, 런던대, 리즈대)에 대한 선호도 높아졌고, 아이비리그보다는 조지타운대나 뉴욕대도 많이 가는 편이다. 여전히 영미권 편중이 심하지만 지난해 공무원 국외훈련은 29개국 108개 대학으로 넓어졌다. 2000년대 후반 미 조지타운대에서 공부한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10년 전에는 학교 네임 밸류를 보고 아이비리그 대학에 많이 갔지만 지금은 자녀들의 교육여건과 살기 좋은 환경을 찾는 경향이 늘었다”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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