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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 몰아서

입력
2015.02.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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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시간이 나면 뭘 할 거야?” 밥을 먹다 불쑥 형이 물었다. “응? 글 써야지. 책도 좀 읽고.” 형이 대꾸했다. “한 일주일, 아니 한 달 정도 시간이 나면? 글 쓰고 책 읽는 일 말고 노는 걸로 그 시간을 채운다면 말이야.” 곰곰 생각하며 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밥그릇이 텅 비어버렸다. 방에 돌아와 한동안 여유를 갖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니 더없이 즐거웠다. 노는 걸로 그 시간을 채운다? 쉬는 것과 노는 것이 다르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노는 것에는 피로를 푸는 것보다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웃을 수 있는 일, 그러면서도 어느 정도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나 생각났어!” “뭐 할 건데?” TV를 보던 형이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나는 고갯짓으로 형이 보고 있는 TV를 가리키며 수줍게 말했다. “IPTV로 미국 드라마 몰아서 볼래.” 형이 활짝 웃었다. “맞아. 너 예전에 시즌제로 방영되던 미드 많이 봤었잖아. 몇몇 드라마에 대해서는 소개하는 글을 쓰기도 했었고.” 아, 내게도 몇날 며칠을 집중하던 때가 있었다. 전개가 복잡한 드라마는 종이에 단서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메모해가며 봤었다. 정말 좋아하는 일에는 그렇게 시간과 정신을 몰아서 쓰게 된다. “이제는 치킨이랑 피자 시켜 먹으면서 편하게 볼래.” 열광하던 미드의 첫 시즌 첫 회를 보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 시간을 보내면서도 채운 것처럼 느껴지던 그때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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