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에 턱뼈 부러진 노경은 “6주 뒤면…”
노경은(31ㆍ두산)은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26일 두산이 숙소로 쓰고 있는 일본 미야자키 라그제 호텔에서였다. 와이어를 통해 턱을 고정시킨 그는 입을 벌리지 못했다. 이빨 사이 1㎜나 될까 싶은 작은 틈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노경은은 “그 틈으로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다”고 했다. “보통 죽을 먹는데 건더기라도 있으면 막혀버린다”고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그는 “이빨 하나를 뽑고 싶다. 그러면 그 공간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말도 잘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몇 시간만 지나면 배가 고파져 없던 식탐까지 생겼다”고 했다.
부상 당시 상황을 물었다. 떠올리기 싫은 순간, 그는 의외로 차분했다. “공에 빗겨 맞은 것이 아니다. 그 빠른 타구가 오른 뺨 아래를 제대로 때렸다. 짧은 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공이 회전하면서 밀고 들어왔다. 쓰러져서 턱을 잡았는데 완전히 틀어진 게 느껴졌다.”
지난해 부진했던 노경은은 올 시즌을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캠프에서 신인처럼 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웨이트 트레이닝에 충실했다. 하지만 14일 라이브 배팅 도중 불의의 부상을 입었다. “병원에 가니 오른쪽 턱이 사람 머리 만큼 부었다. 거울을 봤는데 누가 뒤에서 날 쳐다보고 있는 줄 알았다. 뺨 쪽을 맞았지만 부러진 곳은 아래턱이었다. 신경이 다 끊어져 이빨 4개가 빠진 줄 알았다.”
뒤이어 들려준 얘기는 가슴을 후벼 팠다. 그는 병원으로 실려가는 차 안에서 간절히 기도했다. “차라리 그냥 탈골 됐으면. 턱이 그냥 빠진 거라면….” 어떻게든 골절만은 피하고 싶었다. 수술대라도 오른다면 올 시즌이 그대로 끝나 버릴 것 같았다. 노경은은 밀려오는 통증에도 ‘탈골, 탈골’이라는 단어를 수없이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언제 복귀할 수 있을까. 빨리 던져야 되는데….”
다행히 의사는 수술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턱 뼈는 부러졌지만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노경은은 “6주 뒤면 공을 던질 수 있다고 들었다. 빠르면 4주 안에도 낫는다고 하더라”며 “예전에 갈비뼈 2개가 부러졌을 때도 치료가 금방 끝났다. 부모님이 ‘튼튼한 뼈’를 물려 주셔서 그런지 이번에도 아주 심하게 다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을 제대로 못 먹어 수척해진 그는 이어 “4월 안에 복귀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정해진 보직은 없지만 지난해 팀에 너무 미안했기 때문에 빚을 갚고 싶다”며 “구단과 상의해 이천 재활군에라도 합류하고 싶다. 지금도 웨이트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야자키=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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