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을 자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정도로 생각하는 분이군요. -_-”
“이건 무개념을 넘어서 아예 범죄… 20세기 폭스사에도 신고해야 될 사안이네요.”
한 블로거가 영화관에서 직접 찍은 사진, 이른바 '직찍 사진'과 함께 올린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감상 후기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되며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앞서 인용한 글 역시 영화 커뮤니티 '맥스무비'에 지난 24일 게시된 ‘무개념 블로거 고발글’에 달린 댓글 중 일부입니다. 비판 대상이 된 원래 블로그 글은 삭제됐습니다.
고발글을 올린 이는 “포스팅을 보면 영화 상영 내내 사진 촬영을 했다”며 “심지어 영화 후반 하이라이트 장면도 촬영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상황이 커지자 블로거는 “리뷰에 대한 욕심이 너무 과했다”며 “이렇게까지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댓글로 해명했습니다. 이 블로거는 영화 ‘킹스맨’ 마케팅 담당자에게 받은 쪽지도 공개했는데, 이 쪽지에는 “해당 블로그에서 상영장면을 찍은 스틸이 유포되고 있다고 영화사에서 특별요청이 온 상태”라며 “더불어 마지막 엔딩씬은 철저하게 스포일러에 해당하므로 게시물 삭제를 요청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영화관에서 상영장면을 직접 촬영한 사진을 블로그 등 SNS에 포스팅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고개가 갸웃해지는 사례가 있습니다. 많은 이들을 모니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던 이른바 '직캠 동영상'(현장에서 직접 찍은 영상), 바로 걸그룹 EXID를 세상에 알린 공연 직캠 영상입니다. 직캠 영상은 이제 유튜브에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는 인기 콘텐츠가 됐습니다.
그런데 공연장에서 직접 녹화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법적 판단에 앞서, 적어도 대중들은 이 영상에 관해서는 저작권에 관대한 듯합니다. 앞선 영화 리뷰 블로거에게 비판 댓글 세례를 퍼부은 것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지난해 10월에 유튜브에 올라온 EXID의 공연 직캠 영상은 26일 현재까지 조회수 905만여건을 기록하고 있으며 2,300여개의 댓글이 달려있습니다. 선정적 안무에 대한 지적은 있지만, 저작권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직캠 기술이 지금까지 본 것 중 최고”라는 칭찬 댓글이 눈에 띕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직캠 영상은 영화 상영관 직찍처럼 저작권법 위반이 맞습니다. 정보공유연대 운영위원인 법무법인 나눔의 이동길 변호사는 “공연 내용을 녹화해 배포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라며 “가사, 멜로디, 리듬에 대한 저작권, 가수의 실연자로서의 권리, 안무가의 무용작품에 대한 권리, 무대장치가의 미술저작권 등이 다 해당된다”고 지적합니다. 가수 장기하씨의 콘서트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공유한다는 내용의 LG 유플러스 광고에 대해 음악인들은 “광고가 저작권 침해를 조장한다”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사진 촬영이 허락된 미술전시회에서 찍은 사진이더라도 컬러프린터로 출력했을 때 실제 작품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의 고해상도로 찍어 SNS 등으로 배포하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한편 저작권 보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데는 저작권자들의 불분명한 태도도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저작권 침해는 저작권자가 직접 소를 제기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데, 저작권 침해 사안에 대한 저작권자들의 태도가 일관되지 않고 때에 따라 다르기 때문입니다. 영화나 공연의 '직찍 사진'이나 '직캠 영상'은 저작권 침해 여지가 다분하지만 막상 저작권자는 문제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상영장면 직찍 사진을 포스팅하더라도 결말이나 반전이 노출될 만큼 중요한 장면이 노출되지 않으면 묵인하는 게 관례이고, 심지어 일부 걸그룹 소속사는 마치 일반 네티즌이 촬영한 것처럼 공연 직캠을 촬영ㆍ배포한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합니다.
저작권자가 정말로 저작권을 보호하려 한다면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공연 전 '무단 배포를 금지한다'고 확실히 공지하고 침해 사실이 있을 때 적극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싶다면 '이 공연은 마음대로 찍어도 된다'고 공지를 하고 패러디 영상 등 제2 창작의 경우 허용한다는 식으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 창작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의 저작권 의식이 한 단계 성숙해려면 이제는 권리자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저작권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며, 권리자가 자기 권리의 범위를 정확히 알고, 권리를 허용하는 범위를 명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김진솔 인턴기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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