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대학별로 신입생 선발 후 2학년 2학기 때 전공 선택하게
비인기 학과 고사 우려 높아져 비대위 "학교 측 일방 결정" 반발
중앙대가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내년 입시부터 기존 학과를 모두 없애고 단과대별로 신입생을 뽑기로 했다. 사회적 수요에 맞춰 인재를 공급하려는 취지지만, 인문학 고사 등 학문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높고 기업식 구조개편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중앙대는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재 고교 3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16학년도부터 단과대별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내용의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단과대 내 학과별 모집정원에 맞춰 학생을 뽑았다면, 앞으로는 단과대 전체 모집정원을 한꺼번에 선발해 전공을 배정할 계획이다. 교수도 학과가 아닌 단과대 소속으로 바뀐다.
새 학사 체제가 도입되면 신입생은 2학년 1학기까지 기존 교양수업에 해당하는 단과대별 전공기초 과목을 듣고 2학년 2학기 때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기존 학과제와 가장 큰 차이점은 학생 수요에 따라 전공 운영을 유연하게 한다는 점이다. 인기 전공의 경우 최근 3년간 모집 정원의 120%까지 학생 수를 늘리는 등 단계적 증원이 가능해진다.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전공은 시간이 지나 없어질 가능성도 학교 측은 열어 놓고 있다.
이용구 총장은 “계속되는 학령인구 감소로 생존을 위한 고육책”이라며 “사회적 수요에 비해 적게 공급되는 공과대 학생 수를 늘리고 과잉 공급되는 인문대 학생 수를 줄여 인력 미스매치를 없애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학사구조 개편이 취업에 불리한 인문학이나 자연과학 일부 전공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선택이 적은 전공 교수들이 학생 및 사회 수요를 감안한 다양한 융합 전공을 만들면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구상과 달리 벌써부터 학과 전면 폐지에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중앙대는 2008년 두산그룹에 인수된 직후 비인기 학과를 대거 축소해 이미 학과 통ㆍ폐합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사자인 학내 구성원들은 이날 간담회 직전에야 개편안을 전달받아 의견수렴 과정도 충분히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평의원회와 교수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김누리(독어독문학) 위원장은 “이날 열린 교수회의에서 참석자 420명 가운데 87.8%가 학사구조 개편안에 대해 전면 재논의를 요구했다”며 “일방적인 학과제 폐지 통보는 학문의 자유를 말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앙대는 내달 2일 안성 캠퍼스에서 학생과 교수 등 전체 구성원을 상대로 첫 학사구조 개편 설명회를 연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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