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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 K리그를 겨누다

입력
2015.02.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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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정상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 K리그 팀들이 적진 속 한국 선수를 넘어야 하는 얄궂은 운명과 마주했다. 어느 팀도 예외는 없다. 전북과 수원, 서울, 성남 등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4개의 팀들은 A조~H조까지 총 8개 조에 포진해 같은 목표를 쫓는 총 13명의 한국 선수들과 맞붙는다. 과거 J리그에 편중됐던 한국 선수들의 아시아권 클럽 이적이 중동과 중국, 동남아 클럽으로 확대된 이유에서다.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에 졸전 끝에 1-2로 패한 성남FC. 공동취재단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에 졸전 끝에 1-2로 패한 성남FC. 공동취재단

● 적진 속 한국 선수에 일격 당한 K리그

25일(수)까지 치러진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라운드 경기에서부터 동아시아권에 진출해 있는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공교롭게도 상대 팀에 한국 선수가 없었던 수원 삼성만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홈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시와레이솔(일본)과의 E조 첫 경기에서 고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가시와의 수비라인에서는 국가대표 수비수 김창수가 풀타임 활약하며 '닥공 저지'라는 중책을 완수해냈다.

같은 날 태국에서 성남FC는 고슬기가 버틴 부리람 유나이티드에 1-2로 패하며 일격을 당했다. 울산 미드필더로 뛰던 2012년 당시 아시아 정상의 기쁨을 맞봤던 고슬기는 부리람 중원을 든든히 책임졌다. 특히 전반 17분 선제골에 결정적 기여를 하며 초반부터 성남의 기운을 빼는 데 크게 한 몫을 했다. 하루 뒤인 25일 중국 광저우 원정에 나선 FC서울은 국가대표 수비수 김영권이 중심에 선 광저우 헝다에 0-1로 패했다.

● '한국 용병' 없는 조가 없다

첫 라운드부터 불꽃 튀었던 한국 팀과 아시아파 한국 선수들의 맞대결은 대회 막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적진에 선 한국 선수들이 모든 조에 포진한데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팀 내 핵심전력이기 때문이다.

F조 성남은 한국 선수들과의 맞대결이 가장 많다. 오재석이 뛰는 감바 오사카(일본) 장현수와 박종우가 버티는 광저우 부리(중국)와의 대결이 남아있다. G조 수원은 하대성이 뛰는 베이징 궈안(중국)을, H조 서울은 황석호가 몸담고 잇는 가시마엔틀러스(일본)를 상대해야 한다.

공동취재단
공동취재단

동아시아권 팀들을 넘는다 하더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토너먼트에서 만나게 될 중동권 팀들에는 더 강한 적진 속 한국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A조에는 카타르 리그에서 뛰는 남태희(레퀴야SC), B조와 D조에는 각각 아랍에미리트(UAE) 리그에서 뛰는 이명주(알아인)와 권경원(알아흘리)이 기다리고 있다. C조에는 사우디 최강 알힐랄 소속의 곽태휘와 카타르 알사드에서 뛰는 이정수가 버티고 서있다.

● 폭 넓어진 한국 선수 분포도, 원인은?

과거 J리그에 편중됐던 한국 선수의 이적 분포가 아시아권 전역으로 넓어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2009년 AFC가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며 AFC 가맹 국가 클럽으로의 이적이 한층 자유로워졌고, 비슷한 시기부터 시작된 중동과 중국 팀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한국 선수들의 아시아권 내 이적을 더 부추겼다. 이와 맞물려 오랜 기간 지속된 일본의 엔저 현상은 한국 선수들이 J리그 대신 중동과 중국 무대에 눈을 돌리게 되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됐다.

이 중에서도 중국 슈퍼리그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축구광 시진핑 주석이 국가대표팀과 자국리그 육성 의지를 내비치자 기업 구단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졌고, 이는 곧 성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장 지난 1라운드 성적부터 K리그 4팀 중 1팀이, J리그는 4팀 모두 승리를 거두지 못한 데 반해 광저우 헝다, 광저우 부리, 산둥 루넝, 베이징 궈안 등 중국의 4팀은 모두 1승씩을 챙겼다. (관련기사▶ 中, ‘축구 발전’ 국가 전략으로 격상)

●동남아도 만만하게 볼 때 지났다

동남아 팀의 역습도 매섭다. 과거 K리거의 동남아 진출은 노쇠한 선수 혹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들 위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K리그를 등지고서도 찾을 수 있는 매력적인 무대가 됐다.

특히 성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부리람의 활약은 낯설게 느껴지지만, 투자 규모와 면면을 따져보면 어떤 K리그 팀들도 감히 얕보기 힘들다. 한 축구 관계자는 "울산에서 건재했던 고슬기가 부리람을 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슬기의 연봉 규모가 K리그 내 웬만한 연봉 상위권 선수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국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았던 알렉산드레 가마 감독 역시 올 겨울 K리그 구단의 제안을 받고도 부리람 잔류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들의 열성적 응원이 펼쳐진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 공동취재단
팬들의 열성적 응원이 펼쳐진 태국 부리람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 공동취재단

부리람은 2010년 탁신 친나왓(65) 전 태국 총리의 '정치적 양아들'로 불리는 네윈 치드촙(57)에게 인수된 이후 아낌없는 투자 속에 무럭무럭 성장했다. 태국 국가대표 선수와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해 아시아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4억 바트(한화 약 135억 원)를 들여 건설한 25,000석 규모의 축구전용구장을 갖추며 '태국의 맨체스터시티'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직은 리그 규모와 선수의 평균 체격에서 오는 열세를 완벽히 극복해내지는 못했지만, 지금과 같은 집중 투자가 이뤄진다면 수년 내 아시아 정상권을 바라볼 수 있는 클럽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축구계의 중론이다.

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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