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디언 "대형 창고 비밀리 사용, 족쇄 채우기·폭언 등 인권유린 자행"
재선 나선 이매뉴얼 시장 곤혼, 시카고 경찰 "일반 시설" 즉각 반발
미국 시카고 경찰이 도심에 미중앙정보국(CIA)의 비밀감옥을 연상케 하는 ‘비밀 심문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 시설에서 폭력과 족쇄 채우기 등 인권 유린 행위가 자행됐다고 보도, 재선 도전에 나선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시설은 시카고 서부 ‘호만 광장’에 있는 평범한 대형창고 형태로 시카고 경찰이 비밀리에 사용해 왔다. 한 용의자와 그의 변호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발에 족쇄를 차고 기본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하루 가까이 이 시설에 갇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시카고 경찰이 ▦비공식 체포 ▦폭력 ▦오랜 시간 족쇄 채우기 ▦변호인 접촉 금지 등 인권을 유린하고 있으며 심지어 15세 가량의 청소년들에게도 법률 자문을 받지 못하게 하는 등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특히 존 허바드(44)씨가 문제의 ‘호만 광장 인터뷰실’에서 사망했으며 경찰은 이에 대한 공식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2012년 이곳에 구금됐었다고 주장하는 한 증인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의 심문 시설이나 미 중앙정보국이 ‘검은 장소(black site)’라고 부르는 비밀 감옥을 연상케 한다”며 “이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시카고의 변호사 줄리아 발트메스는 “사건 용의자의 행방을 찾지 못할 경우, 그 용의자가 호만 광장 시설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은 이 지역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가디언 지는 또 “취재 과정에서 경찰 측에 이 시설해 질문했지만 경찰은 ‘민감한 문제’라며 함구했다”고 덧붙였다.
보도 후 시카고 경찰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인권침해 행위도 없었고 비밀 건물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때 기업체 건물이었지만 현재는 조직범죄, 재산권 문제 등을 다루는 일반적인 경찰 시설물이라는 것이다. 마티 말로니 경찰 대변인은 “이 시설에 구금된 용의자는 누구나 변호인을 만날 수 있다”며 “여타 경찰 시설과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매뉴얼 시장은 24일현지시간 열린 시장 선거에서 45.5%의 득표율을 올리며 1위에 올랐으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 재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따라서 34%로 2위를 차지한 헤이수스 츄이 가르시아(58) 후보와 4월7일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이번 선거는 영하의 강추위 속에 치러진 데다 ‘결과가 뻔한 게임’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인 27.85%에 그쳤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내며 ‘백악관 실세’ ‘오바마의 오른팔’로 평가됐던 이매뉴얼 시장은 단번에 재선 고지에 오르지 못하면서 정치적 입지와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 시 대변인은 이번 보도에 대해 “시장은 현재 선거에 나선 상황”이라며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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