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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어 진입 쉽게, 보안 강화해 피해 없게"

입력
2015.0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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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진출 활성화하려면

금산분리 완화가 필수적

금융실명제도 풀어야 할 숙제

고객 안전 보안은 더 튼튼히 해야

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기업 알리바바는 마윈 회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중국 정부가 지원을 시작한 이후 핀테크(금융+기술) 시장에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선보인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 ‘위어바오’는 출시 1년6개월 만에 세계 4위권으로 급성장하며 알리바바의 주력 사업으로 거듭났고, 최근에는 ‘저장왕상’(浙江網商)이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추진 중이다.

국내 대표 IT서비스업체로 손꼽히는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올 초 정부의 규제 완화 발표 직후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 사업에 적극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계산기를 열심히 두드리면서도 전면에 나서는 것은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선제 조건이 지나치게 많아 진입이 쉽지 않은데다, 진출한다 해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자유로운 사업 확장을 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25일 IT시장조사기관인 벤처스캐너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국가별 핀테크 기업은 미국이 374개로 가장 많고, 영국(57) 싱가포르(15) 등이 뒤를 잇는다. 반면 IT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0개였다. 최근 인터넷기업들이 핀테크 사업에 하나 둘 뛰어들면서 현재 핀테크 기업으로 분류할 만한 곳이 5, 6개 정도로 늘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아직 없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불합리한 사전 규제가 사업 기회를 막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선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한도를 4%로 제한한 금산분리 규제의 탄력적인 적용을 최우선 선결 과제로 꼽는다. 현재 금융당국은 보유 한도를 20%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미애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핀테크는 IT기술을 이용해 금융을 편리하게 이용한다는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서는 IT기술을 가진 업체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한적인 금산분리 완화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금융실명제 역시 풀어야 할 숙제다. 현행법상 신규 금융 거래는 대면 확인을 필요로 하지만 IT기반의 금융은 대부분의 거래가 온라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보안상 허점 없이 어떻게 비(非)대면으로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당국이 휴대폰으로 신분증을 찍어 전송하는 일본 방식, 신분증 사본 등을 우편으로 제출하는 유럽 방식 등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업계는 복잡한 규제 체계를 문의할 수 있는 단일 창구도 요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핀테크 관련 아이디어는 굉장히 많은데, 규제가 너무 복잡하고 제약이 많아 어디에 물어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자금융거래 관련법뿐 아니라 외환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분야 법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보안이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는 필수이지만, 그렇다고 보안이 뒷전에 밀려서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규제 완화와 보안 강화의 적절한 조합의 묘수가 필요한 이유다. 시중은행 핀테크 담당자는 “보안 규제는 양날의 검”이라며 “절차상의 보안은 완화하더라도 사용자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분야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국과 핀테크업체, 그리고 은행간 협의 과정이 필수다. 김종현 국민은행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는 “핀테크 업체들이 무조건 기술만을 앞세워 규제 완화를 외치는 경우가 있는데, 금융은 고객의 돈을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보안이 취약해지지 않는 선에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라며 “삼자가 협의를 통해 어떤 규제를 어떻게, 얼마나 완화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간에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시석중 기업은행 마케팅본부 부행장은 “은행들이 함께 정보보호관리 체계를 만들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구를 설립한다면 개개의 은행이 따로따로 관리하는 것보다 사회적 비용도 덜 들고 보안상의 허점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은 민간기업의 주도 하에 글로벌 정보보호 인증 보안표준(PCI-DSS)을 만들어, 해당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들의 시장 진입 자체를 차단하고 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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