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첫 정책조정협의회… 유승민 '당 중심' 고강도 발언
정부와 새누리당, 청와대는 25일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책조정협의회를 갖고 당 주도의 정책 추진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선공약도 수정할 게 있으면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고강도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2년간의 잇따른 정책 실기와 그로 인한 지지율 하락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유 원내대표는 최근 논란을 일으킨 박근혜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론’과 관련해서도 청와대 측에 “적절치 않다”는 뜻을 전했다.
회의에는 새누리당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 조원진ㆍ안효대ㆍ강석훈 정조위원장, 민현주 원내대변인이, 정부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김영석 해양수산부 차관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선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조윤선 정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 최원영 고용복지수석이 나왔다. 당ㆍ정ㆍ청이 모였지만, 참석자 17명 중 3분의 2에 달하는 11명이 여당 의원 출신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은 “앞으로 모든 정책 추진은 당이 중심이 돼 서로 긴밀히 협의하며 추진해야 한다는 데 당ㆍ정ㆍ청이 공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당ㆍ정ㆍ청은 공동 운명체”라며 “책임과 권한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년 전의 계획에 대해서도 계속 갖고 갈 것, 과감하게 수정할 것, 새롭게 할 것을 잘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대선 공약을 포함한 정책 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독단적으로 발표한 도시가스 요금 인하안 등을 거론하며 “최근 당ㆍ정ㆍ청의 정책 혼선과 엇박자가 국민의 질타와 원망을 샀다”며 “정책을 입안하고 발표하기까지 당과 긴밀히 상의하고 조율해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론’도 도마에 올랐다. “모든 정책은 어차피 야당과 협상해야 하는데 그런 표현은 도움이 안되며 국민 정서에도 맞지 않다”는 유 원내대표의 문제제기였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그런 표현이 나오지 않도록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을 잘 보좌하기 바란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 인사들도 “그렇게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정부와 청와대는 자세를 낮췄다. 최경환 부총리는 “앞으로 정부도 불필요한 정책 혼선을 막도록 당의 도움을 구하겠다”고 말했다. 현정택 정책조정수석 역시 “오늘 회의는 당ㆍ국회와 관계를 중시하는 대통령의 생각이 담겨있다”고 화답했다.
당정청 협의가 처음인만큼 이날 회의는 상견례의 의미가 부각됐다.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 추진 방향이 합의되진 않았다. 다만 공무원 연금 개혁과 관련해 국민대타협기구가 조속히 개혁안을 마련해야 개혁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데 생각을 같이 했다고 민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또 세월호 선체처리에 대해 당ㆍ정ㆍ청이 긴밀하게 논의해 그 방식과 내용을 결정, 국민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편과 관련해서는 “당과 정부의 실무 협의 결과를 본 뒤 재론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1시간 20여분 간 조찬을 겸해 열린 회의는 최 부총리가 “앞으로 당ㆍ정ㆍ청이 잘해보자”며 제안한 박수로 끝났다. 한 참석자는 “이제까지의 당정협의는 정부가 당에 찾아와 일방적으로 정책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형식이었으나 이제 그런 무의미한 협의는 필요 없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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