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교역 90% 20년 내 철폐키로… 후속 협상은 발효 후 2년 내 개시
25일 공개된 한국과 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을 보면 개방시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농축수산업을 방어하는 대신 수출 경쟁력이 높은 제조업을 많이 양보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FTA 홈페이지(www.fta.go.kr)에 공개한 한중 FTA 협정문(영문본)은 지난해 11월 협상타결 이후 양측이 개별적인 법률 검토를 거쳐 가서명한 것이라 큰 틀에서 달라진 건 없다.
중국은 전체 교역품목의 90.7%인 7,428개 품목의 관세를 20년 안에 철폐하기로 했다. 수입액 기준으로 85%인 1,417억 달러 규모다. 한국은 교역품목의 92.2%인 1만1,272개, 수입액의 91.2%인 736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20년 안에 없앤다.
이는 품목 수와 수입액 모두 3년 안에 90% 이상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한미 FTA나 한·유럽연합(EU) FTA에 비하면 개방 수준이 낮은 편이다. 농축수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쌀을 비롯한 주요 품목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한국의 입장과 자국의 전략산업 보호를 위해 자동차 등 공산품 일부에 대한 관세를 유지하자는 중국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농산물 분야에서 한국은 쌀, 고추, 마늘, 양파, 쇠고기, 돼지고기, 사과, 감귤, 배 등 국내 주요 생산품이 모두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양파ㆍ무ㆍ담배 등 채소종자, 사과ㆍ배ㆍ복숭아 등 과수목 등 최근 10년간 특별세이프가드(SSG)를 발동한 적이 없는 44개 품목에 한해 SSG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세이프가드는 관세철폐 이후 수입이 급증할 경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취하는 긴급수입제한 조치다. 정부는 “주요 농산물이 관세철폐나 감축 등의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굳이 SSG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은 쌀 설탕 밀가루 등 민감 품목을 제외한 91%를 개방한다.
수산업에서도 중국은 품목기준 99%, 수입액기준 100%로 사실상 완전 개방했다. 한국은 오징어, 넙치, 멸치, 김치, 김, 고등어, 꽃게, 전복, 조기 등 국내 20대 생산 품목을 모두 양허에서 제외했다.
제조업의 경우 양국은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고자 대부분 품목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중장기 관세철폐 대상으로 묶었다. 중국은 승용차와 기어박스, 핸들, 클러치 등 주요 부품을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했고 일부 버스와 화물차는 장기 관세철폐(10∼15년), 충격흡수기 등은 10년 내 관세철폐 대상으로 정했다. 한국은 승용차, 화물차, 승합차 등 완성차를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하고, 중국에서 수입하는 주요 자동차 부품 대부분을 장기 철폐 대상에 포함시켰다.
전기전자 분야에서 중국은 대형 가전제품, 2차 전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품목을 장기 철폐 또는 양허 제외 대상으로 정했다. 다만 아직은 한국의 경쟁력이 우위지만 중국의 공급능력이 확대되는 LCD 패널은 양국 모두 FTA 발효 후 9년차부터 관세를 낮추기 시작해 10년 내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은 또 전동기, 변압기 등 주요 중전기기를 중장기 철폐로 보호하기로 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개방할 분야를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에 양국이 합의했으며, 후속 협상을 통해 미개방 분야만 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개방도를 높이기로 했다. 후속 협상은 FTA 발효 후 2년 이내에 개시해 2년 내에 마무리 하기로 합의했다.
세종=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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