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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엔 없는 '새 인간', 한국에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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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맨'엔 없는 '새 인간', 한국에 있었네

입력
2015.02.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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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버드맨’과 비슷한 제목, 다른 영화다. 공교롭게 개봉 시기가 겹쳤을 뿐이다. 영문 제목은 ‘조류 유형’이라는 뜻의 ‘The Avian Kind’. ‘버드맨’에는 진짜 새 인간이 나오지 않지만 이 영화에는 나올 수 있고, 여러 명일 수도 있다는 암시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뒤 26일 개봉하는 ‘조류인간’은 조류인간이 실재한다는 엉뚱한 공상에서 출발한다. 거창한 SF 또는 판타지 영화처럼 보이지만, 1억원 예산의 거칠고 투박한 영화다. 2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버드맨’과 비교 대상이 아니다.

영화는 시작부터 스산하고 건조하다. 넓은 이마와 까칠한 수염, 무표정한 얼굴의 중년 남자인 정석(김정석)은 15년 전 갑자기 사라진 아내 한비(정한비)를 찾고 있다. 유명 소설가였으나 작품 활동을 중단한 지 오래인 그에게 웬 젊은 여자가 아내 찾는 일을 돕겠다며 찾아온다. 정석의 마지막 소설을 읽고 “나와 영혼을 공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소연(소이)이라는 이 여자는 15년 전 정석의 아내와 함께 지낸 적이 있다. 영화는 남편의 현재와 아내의 과거를 교차해 보여주며 천천히 흥미로운 비밀을 드러낸다. 한의사를 찾아간 15년 전의 한비와 소연은 새가 될 수 있는 체질인지 검사를 받고 ‘약초꾼’과 ‘사냥꾼’을 만난 뒤 수술을 받으러 떠난다.

‘조류인간’은 ‘페어 러브’ ‘배우는 배우다’ 등을 연출한 신연식 감독의 전작 ‘러시안 소설’에서 주인공이 쓴 소설의 제목이다. 그런데 하필 왜 새일까. 감독은 “옆에 있는 누군가가 나와는 전혀 다른 존재일 수 있다는 영화적 메시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극단적 예시”라고 했다.

투박한 촬영과 낯선 설정, 일부 연기자들의 어색한 연기 탓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몰입도가 높아진다. 전제는 비현실적이지만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서사 기법이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는 덕분이다. 실존적 질문을 던지는 점도 한몫을 담당한다.

이 영화가 방점을 찍는 건 ‘정말 새가 된 사람이 나오는 건가’가 아니라 ‘그들은 왜 수술을 받고 알 속으로 들어갔는가’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찾지 못할 것들을 찾으려 해요”라는 정석 아내의 마지막 메모는 뭘 의미하는 걸까. 아내를 찾으러 온 정석에게 한의사는 “우린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산다”고 말한다. 나는 나에 대해 그리고 내 옆에 있는 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의 진짜 모습과 마주할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자신이 있는가, 영화는 묻는다. 15세 이상 관람가.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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