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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030 장마당세대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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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030 장마당세대가 희망

입력
2015.02.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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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젊은이 시장원리에 친숙해져… 탈북소녀들 中 인신매매 피해 커

“북한에는 나처럼 외부세계와 시장원리에 친숙한 ‘장마당 세대’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희망이 있습니다.”

유엔워치 등 비정부기구(NGO) 20개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주최한 제7차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서미트’에 참석한 탈북 여대생 박연미 씨는 24일(현지시간) 제네바 국제콘퍼런스센터(CIGC)에서 열린 ‘독재에 대한 대항’ 세션에서 행한 강연에서 유창한 영어로 북한과 탈북 후 중국에서 자신이 겪은 참혹한 상황을 증언했다.

제네바 서미트 홈페이지에 공개된 강연 동영상에서 박 씨는 “김일성의 죽음과 소련의 몰락으로 북한의 식량 배급체계가 무너지자, 생존을 위해 암시장이 등장했다”면서 “1980년대와 90년대에 태어난 나 같은 북한 젊은이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시장원리에 친숙해져 장마당세대라고 불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마당세대는 중국에서 암시장을 통해 들어온 여러 매체들을 통해 외부세계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북한에서 신데렐라 백설공주 타이타닉 같은 미국 영화들을 봤는데, 특히 타이타닉을 보면서 정치적 선동일색인 북한 영화와 달리 개인의 사랑과 휴머니즘을 다룬 스토리가 처음엔 낯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으나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 “외국 영화를 보면서 우리 젊은 세대들은 청바지를 입고, 머리를 염색하기를 희망하게 됐다”면서 “특히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데 익숙한 장마당 세대는 개인주의적이고 시장원리에 친숙해졌고, 이런 세대가 결국 북한 독재정권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북한에서의 어린 시절은 노동당원의 특권을 이용해 중국상품을 밀수하던 아버지 덕택에 상대적으로 넉넉한 생활을 했지만, 부친이 결국 밀수죄로 2002년 체포돼 노동수용소로 보내지면서 갑자기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해졌다. 이후 2007년 고향인 혜산에서 얼어붙은 압록강을 넘어 어머니, 언니와 함께 중국으로 탈출했다.

중국에서의 탈북자 생활도 참혹하기는 북한과 별 차이가 없었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인신매매단에게 잡혀간 박씨는 13세 나이에 범죄단에게 욕보일 위기에 처했는데, 어머니가 대신 희생했다고 아픈 가족사를 털어 놓기도 했다. 박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10대 탈북자 소녀들이 중국 인신매매단에 의해 100~200달러의 푼돈에 팔려가 매춘부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 내 탈북자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 내 탈북자 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2009년 추운 겨울 가까스로 탈출해 고비사막을 건너 몽골로 간 다음 결국 한국으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열린 ‘압제에 대한 투쟁과 인권 옹호’ 세션에서는 재외 노동자 출신 탈북자 임일 씨가 강연에 나서 “1996년 11월 쿠웨이트 건설노동자로 파견돼 하루 세끼 다 먹여준다는 이유로 월급 한 푼 못 받고 일을 하다 더는 희망이 없다고 느껴 쿠웨이트 한국대사관을 통해 탈북했다”면서 “재외 근로자들이 번 돈이 노동당 외화자금 관리 전담부서로 전부 들어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신을 관리하는데 해마다 2억달러가 들어가는 등 당 간부들을 관리하고 자신의 호화생활을 유지하는데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면서 “북한은 재외 노동자는 물론 전체 인민을 외화벌이에 내몰고 있다”고 증언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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