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2022년 카타르월드컵 무더위 이유 11~12월 개최 주장에
출전 선수 75% 공급하는 유럽클럽 4~5월 개최 위해 정면 대응
유럽 축구클럽들이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11월, 12월에 개최해야 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주장에 4~5월 개최 ‘맞불 카드’를 들고 정면 대응 방침을 세웠다.
로이터 통신은 24일 유럽클럽연맹(ECA)과 유럽프로리그협회(EPFL) 등 유럽 축구 클럽들이 여전히 겨울이 아닌 5월에 카타르월드컵을 개최하도록 FIFA를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CA 대변인은 로이터 통신에 “(5월에 대회를 개최하자는)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며 “EPFL과 함께 우리의 제안을 가다듬고 내일 태스크포스를 발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FIFA 카타르월드컵 태스크포스의 회장인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이 카타르월드컵 개최 시기에 대해 “1월은 동계올림픽과 겹치기 때문에 대안은 11∼12월밖에 없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유럽 클럽들은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점이 5월 중이라고 보고 있다. 5월에는 자국 리그가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선수들이 충분히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원한 날씨’라는 주장이다. 실제 카타르에서 종전대로 6~7월에 월드컵이 열리면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선수들과 팬들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대변인 역시 셰이크 살만 회장의 ‘겨울 월드컵’ 발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변인은 “카타르는 여름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것이다. 겨울 월드컵은 유럽 리그에게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못 박았다. 유럽 클럽들은 세계 축구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적극 행사하겠다는 기세다. 내달 3일 도하에서 열리는 FIFA 카타르월드컵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2014 브라질 월드컵 출전 선수의 75%를 유럽 클럽들이 제공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대회가 2022년 연말에 열리면 유럽 리그뿐만 아니라 2023년 1월로 예정된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회 기간을 줄이자는 타협안도 제시됐다. 겨울 월드컵을 열되, 기간을 줄여서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얘기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리차드 스커드모어 EPL 회장은 클럽과 리그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타르 월드컵 대회 기간을 축소하는 방향을 지난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강력히 주장했다. 태스크포스의 한 실무자는 “11월, 12월 개최가 거의 확정됐지만 대신 대회 기간과 준비 기간을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유럽 클럽들은 월드컵 일정이 3~4주가 아닌 2주면 충분하다고 본다”며 “브라질 월드컵처럼 32일 정도로 길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카타르의 경우 모든 경기장이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이동 기간이 필요 없다”며 “준결승과 결승 사이에도 휴식기간 5일이 필요 없다. 72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BBC는 셰이크 살만의 주장이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플라티니 회장은 “기온이 40도에 달하는 5월에 경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카타르월드컵은 겨울에 열려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카타르는 셰이크 살만 회장의 겨울 월드컵 주장에 즉각 환영의 의사를 표시했다. 하산 알 타와디 카타르월드컵 조직위원회장은 BBC를 통해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따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이 언제 열리든 우리는 여전히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냉각 기술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타르는 대회 유치 과정에서 에어컨이 나오는 경기장, 관중석, 훈련장을 설치할 계획에 대해 제시한 바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개최 시기는 최종적으로 내달 19~20일 열리는 FIFA집행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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