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청문회 불발 길어지면 비난 집중 "후보자 유감 표명 등 필요" 목소리
野, "야당의 정체성과 직결" 불구 '개최 약속' 말 바꾸기 비판 우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를 두고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야권이 1987년 박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 참여 경력을 문제삼아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새누리당은 ‘개최 합의 약속 이행’을 외치며 맞서고 있다. 이로써 2월 임시국회 회기 내 이 후보자 청문회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지만 야권도 마냥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입장이다. 대법관 공백이 길어질수록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박 후보자 청문회는 양보할 수 없는 카드라며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며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 측 인사청문회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땅의 민주주의의 뼈아픈 역사에 대한 가담의 경중을 떠나 연루됐다는 것 자체가 대법관으로서 커다란 흠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열지 않기로 했다”며 “대법관은 우리 사회 정의와 양심을 지키는 최후 보루로 독재의 편에서 침묵하고 정권의 범죄 행위에 동조한 박 후보자의 적격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끝났으며 사퇴가 국민적 요구이자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당시 수사팀에서 고문경찰 두 명을 조사하던 중 본인들은 꼬리에 불과하고 몸통이 더 있다는 자백을 받아냈는데 추가 수사를 하지 않고 덮어버렸다”며 “이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폭로로 재수사에 들어갈 때 (박 후보자는) 같은 팀 일원이었는데도 경찰청장과 치안본부장을 무혐의 처리 했기 때문에 결국 박 후보자는 두 차례 (사실) 은폐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은 “박종철 열사 사건은 야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일이라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핵심 당직자는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정부가 박 후보자를 계속 감쌀 경우 자신들과 결을 같이하는 과거 전두환 정권 때 일어난 박종철 사건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비칠 수 있기에 역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내에서는 이완구 총리 인준 표결은 여야 관계를 감안해 참여 쪽으로 양보했기에 이번에는 쉽게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박종철 사건 당시 박 후보자의 역할이 미미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청문회를 개최해 당사자의 해명을 듣도록 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인사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한성 의원은 이날 “고문치사 사건 수사 당시 박 후보자는 임관된 지 3년도 되지 않은 신임검사로 부장검사, 수석검사의 지시와 지도에 따라 수사를 지원했을 뿐”이라며 “당시 대검찰청은 사건의 은폐, 축소를 지시한 사람을 밝혀내 구속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박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문재인 현 새정치연합 대표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당시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거쳐 홍조근정훈장 받고, 2005년에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며 “야당이 청문회를 원천 봉쇄하는 바람에 본인의 해명을 들을 수가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야 내부에서는 청문회 불발이 길어질 경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대법관 장기 공백에 대한 비난이 여당으로 집중될 가능성을 걱정하며 박 후보자가 청문회 전 유감 표명을 통해 과거 행적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청문회를 열자고 합의를 했기 때문에 계속 거부만 할 경우 말 바꾸기에 대한 비판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들이 들린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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