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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작 시급한 군 고위간부 성(性)의식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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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작 시급한 군 고위간부 성(性)의식 교육

입력
2015.02.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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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감찰실장과 최근 군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11사단 부사단장이 피해자 동료 여군들을 질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간단체인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본 원모 감찰실장은 지난 2일 여군 8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너희들은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왜 몰랐느냐. 너희들끼리 얘기도 안하고 지냈느냐”고 질책했다. 소장인 원 실장은 이 사건 조사를 위한 5부합동조사단 팀장을 맡고 있다. 동행한 11사단 부사단장도 “너희들 똑바로 하라”며 여군들을 죄인 취급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군 내 기강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고위간부의 인식 수준이 고작 이 정도라니 참담하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간담회는 5부합동조사단이 지난달 여성 부사관을 수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여단장이 긴급 체포된 부대를 방문해 이뤄졌다. 다른 성범죄 발생 여부를 탐문하는 동시에 여군의 전반적인 군 생활 애로사항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그럼에도 당초 취지와 달리 충격에 빠진 피해자 동료들을 위무하기는커녕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이러니 군의 성범죄 대응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앞서 육군 1군사령관은 지난달 화상으로 열린 육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했어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마치 죽기살기로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인식이다. 1군사령관과 육본 감찰실장, 11사단 부사단장 모두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면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군 지휘부 상당수가 비뚤어진 성의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의 사과와 군 당국의 응분의 조치가 필요하다.

민간에서도 성폭행 사건은 대개 상급자가 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군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특히 강한 조직이다. 부사관이 여단장의 명령에 불복종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지휘관들이 누구보다 잘 아는 바다. 군 고위간부들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한 성군기 확립은 요원한 일이다. 군내 성범죄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엄중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지휘관들의 잘못된 성의식을 바로잡는 일이 중요하다. 양성평등의 시대조류에 맞게끔 군 고위간부들에 대한 의식교육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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