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담 의심자 개인정보 공유, 실시간 감시해 시리아행 차단
감시 강화로 터키 루트 막히자, 불가리아·키프로스 우회로 이용
유럽 주요 국가들이 과격 이슬람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참여하려고 시리아로 떠나는 자국민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이들이 IS에 가담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후 유럽으로 다시 귀국할 경우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로서 각종 테러 활동을 이어갈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24일 미 정보기관에 따르면 현재 IS에 가담해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전투원 약 2만명 중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출신이 약 3,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 전투원 중 프랑스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프랑스 당국은 약 1,400명 가량의 프랑스인이 IS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자국민의 IS 참여를 위한 출국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유럽 정상들은 지난 19일 브뤼셀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IS 가담이 의심되는 각 국가 시민들의 이름과 사진, 여권번호 등 개인정보를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의 유럽 내 이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시리아 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지난해 11월 IS 참가가 의심되는 자국민의 여권을 공항에서 정부가 강제로 압수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영국은 최근 IS에 합류하기 위해 시리아로 떠난 자국 10대 소녀 3명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IS에 포섭된 것이 확인되자 인터넷 회사와 항공사 등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한 명은 극단주의자 70명과 SNS에서 친구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유럽 내 IS 가담자들의 시리아 행이 점차 교묘해지면서 유럽 국가들의 차단노력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터키 입국 후 육로를 통해 시리아로 월경하는 기존 주요 루트가 정부 당국의 감시 강화로 막히자, 터키 인접국가인 불가리아와 키프로스 등으로 입국해 시리아로 향하는 우회로가 이용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터키와 불가리아가 맞닿은 국경 길이가 약 275㎞에 달해 불법 월경을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키프로스는 연간 수백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이어서 그 중에서 IS 가담자를 완전히 솎아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럽 내 IS 가담자들은 불가리아와 키프로스가 관광지임을 이용해 출국 목적으로 가족여행이나 휴양을 내세워 공항 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내에서는 자국민의 IS 참여를 막지 못한다면 최소한 이들이 다시 귀국하지는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이 유럽으로 들어오면 IS 전투원 경험을 바탕으로 대규모 테러를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터키 현지언론은 IS 전투원들이 최근 유럽 내에서의 테러를 목표로 불가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입국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에는 시리아에서 약 6개월 동안 IS 전투원으로 활동했던 영국인 이므란 카와자(27)가 불가리아에서 영국으로 몰래 잠입하려다 현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SNS을 통해 시리아에서 자신이 죽었다고 가장한 후 신분까지 세탁한 상태였다.
키프로스 정보기관 관계자는 “유럽인들이 IS 참여를 위해 시리아로 향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다시 유럽으로 돌아왔을 때 더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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