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겊인형에 침을 놓는 방법으로 질병을 치유한다는 황당한 침술사가 진짜로 침을 놓다가 환자를 숨지게 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24일 무자격으로 유방암 환자에게 침을 놓다가 숨지게 한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로 자칭 기 치료사 김모(50ㆍ경기 광주시)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7일 대구 달서구 한 가정집에서 유방암환자인 송모(56)씨에게 길이 13~14㎝ 가량의 침을 6차례 놓아 복막염에 따른 패혈성 쇼크로 숨지게 했다. 송씨와 함께 침을 맞은 이모(55)씨도 심한 통증을 호소, 병원치료를 받고 겨우 목숨을 건졌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경기 성남시에서 ‘다나고힐링'이라는 상호의 힐링원을 차린 뒤 환자 이름을 써 붙인 헝겊 인형
에 침을 놓는 방법으로 암 등 중증환자를 치료해 왔다. 환자에게 직접 침을 놓지 않고 아바타에 시침하는 것만으로 동기감응을 일으켜 치료가 된다는 황당한 주장을 펴고 있다.
숨진 송씨 등은 지난 1월 김씨가 개설한 '자수자 힐링원'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보고 힐링원을 찾아가 아바타 침을 시술했으나 차도가 없자 진짜 침을 놓아줄 것을 요청했고, 김씨가 이날 직접 대구에 출장, 시침하는 과정에 감염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김씨 측이 운영한 것으로 보이는 인터넷 카페에는 아바타 테라피를 음양오행 색채요법으로 아바타를 정한 뒤 그 아바타에 시침하는 방법으로 뼛속이나 오장육부의 막힌 기혈을 풀어 병기를 뽑아낸다고 홍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대의학 입장에서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무자격 침술사가 난치병 환자들의 ‘혹시나’ 하는 절실함과 무지를 악용해 돈벌이를 하다가 인명사고를 낸 경우”라며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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