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장학금도 7회 거머줘 '최고' "평생 일해 오신 부모님 보며 노력
한미FTA 때 선택한 축산경영학과 전공 살려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
1년 대학 등록금 1,000만원 시대. 4년을 다니면 일반 회사원 연봉으로도 꼬박 몇 년을 모아 갚아야 하는 거금이다. 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장학금이다. 23일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학을 졸업한 전준형(22)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무려 3,4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받았다. 대학에서 주는 각종 장학금에 국가장학금까지 더해 4년 동안 전씨가 장학금을 받은 횟수만 34차례나 된다. 이쯤 되면 부러움과 시기를 넘어서 그에게 ‘장학금 왕’이라는 칭호를 붙일 수밖에 없다.
이날 졸업식장에서 만난 전씨는 “아주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힘든 가정 형편도 아니었다”며 “3,000만원 넘게 장학금을 탈 수 있었던 건 인간승리가 아니라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겸손해 했다.
전씨가 받은 장학금은 성적우수장학금과 외국어특별장학금, 등대지기 장학금, 국가장학금 등 종류만 무려 10여가지. 물론 성적우수장학금 수혜가 압도적이다. 2011년 수시모집 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전씨는 8학기 중 첫 학기를 뺀 7학기 내내 성적우수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다. 성적장학금으로 학비의 70%를 면제받고 나머지는 대부분 국가장학금으로 충당하는 식이었으니 4년 동안 개인 돈은 거의 쓰지 않은 셈이다.
전공에 대한 애착은 전씨가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서울 현덕고 재학 시절 전교 10등 안에 들 정도로 우등생이었던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2010년에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지켜보다 당시 첨예한 쟁점이던 농ㆍ축산물 개방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축산 분야에서 정평이 나 있는 건대 축산경영ㆍ유통경제학과에 망설임 없이 지원서를 냈다. 목표가 생기자 전씨는 무섭게 공부에 몰두했다. 4년 내내 단 하루도 수업을 빼먹지 않았고, 어려운 내용은 이해될 때까지 질문을 던졌다. 고교 시절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 그날 학교 수업내용을 완전히 소화하는 학습 습관도 큰 도움이 됐다.
전씨의 성실성은 주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그를 지도한 김민경 교수는 “경제학을 어떻게 축산업에 적용할지를 탐구하는 학과 특성에 맞게 늘 두 학문의 융합에 대해 고민하며 또래보다 앞서 나가 자주 감탄했다”고 말했다.
꼼꼼함과 부지런함도 그를 장학금 왕에 등극케 한 비결이다. 전씨는 우연히 캠퍼스 현수막에서 본 외국어특별장학금 제도를 활용해 교내 언어교육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수업료 120만원을 지원받았다. 4학년 여름방학 때 스페인, 프랑스 등 남유럽 국가를 문화 탐방하는 데 든 비용 600만원 역시 학교 지원 프로그램에서 전액 보조받았다. 학과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대가로 등대지기 장학금 50만원을 받기도 했다.
알뜰하게 대학생활을 마친 전씨는 졸업 후 장교로 입대한다. 내후년 제대하면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게 목표다. 그는 “공산품과 달리 사람들이 먹고 사는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축산경영을 통해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fac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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