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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치 9단' 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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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정치 9단' JP

입력
2015.02.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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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JP) 전 국무총리 부인 고 박영옥 여사 장례 사흘째인 23일 정치권에선 ‘역시 정치9단 JP’라는 탄성이 이어졌다. 89세의 고령에, 휠체어를 타야 하는 불편한 건강 상태에도 불구하고 JP는 빈소를 찾은 정관계 인사들을 쥐었다 놨다 하면서 촌철살인식 정치 훈수를 잊지 않았다. 여야 정치인은 물론 떠나는 ‘기춘대원군’도, 임명장 잉크도 안 마른 신임 총리도 JP의 상가(喪家)정치 훈수를 피해갈 수 없었다.

JP는 이날도 정치권을 향해 선문답식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서울아산병원 빈소에서 “정치는 허업(虛業)”이란 말을 다시 꺼냈다. 그는 “실업인(기업인)들은 자기가 심고, 가꿔, 열매를 따먹는데 정치는 키워서 가꿔 열매가 있으면 국민들이 나눠 갖지 자기한테 오는 게 없다. 정치인 입장에서 보면 허업이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나눠주는 게 정치인의 희생정신”이라며 “정치인이 열매를 따먹겠다고 하면 교도소밖에 갈 데 없어”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모시고 빈소를 찾은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겐 “옛말 충신이란 소리가 맞는 건지 모르겠지만, 참 꾸준하게 가신 어른(김 전 대통령) 보태드리고(도와드리고) 여러분께도 변함 없이 그러는 거 보니까 보통 말로 상식이 좀 위에 있는 분 같아요”라고 덕담을 건넸다. 보스를 곧잘 배신하는 한국 정치권 문화를 비판하는 소리로도 들렸다.

JP는 또 “대통령 하면 뭐하나. 다 거품 같은 거지. 천생 소신대로 살고, 자기 기준에서 못했다고 보이는 사람 죽는 거 확인하고, 거기서 또 자기 살 길 세워서 그렇게 편안하게 살다 가는 게 (승자다)”라고 정치의 허무함을 한탄하기도 했다.

앞서 22일에도 JP는 자신의 소신인 내각책임제를 추켜세우고, 사촌 처제 박근혜 대통령을 아끼는 모습도 보였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에겐 “내각책임제를 해야 잘 하면 17년도 (할 수 있어요). 난 그거 남들이 얘기 안 할 때 떠들다가 망한 사람이야”라며 은근히 내각책임제 개헌 유용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5년 대통령 단임제를 하지만 5년 동안 뭘 하느냐. 시간이 모자란다”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 측근들에게는 ‘2인자론’에 대해 훈수도 뒀다. JP는 박 대통령과 서먹한 관계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는 “정상이 외롭고 고독한 자리인데 잘 좀 도와드리십시오. 도와드리면 반대급부가 있을 거요”라고 조언했고, 이완구 신임 총리에겐 “(대통령 앞에서는) 입을 다물고 할 말이 있으면 조용히 가서 건의 드려라. 밖에 나와서 내가 이런 이야기를 대통령에게 했다고 자랑하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다. 곧 물러나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겐 “(대통령을) 가끔 찾아 뵙고 외롭지 않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빈소에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재순 박관용 박희태 강창희 전 국회의장, 이현재 이수성 고건 정홍원 전 총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안희정 충남지사, 박병석 김한길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도 모습을 보였다. JP가 좋아하는 가수 하춘화씨도 조문을 와 눈길을 끌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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