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작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성 시대다. 여기 맞춰 ‘콤팩트 SUV’라 불리는 ‘CUV’가 운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덩치가 크고 바퀴도 거대한 SUV를 선호하는 마니아들에게 작은 SUV는 성에 차지 않는다. 자동차업체들이 이런 마니아들을 겨냥해 내놓은 대형 SUV들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국산 SUV 중 가장 큰 현대자동차 ‘맥스크루즈’와 프리미엄 SUV 레인지로버가 지난해 20년 만에 다시 들고 나온 롱휠베이스(LWB) 모델을 차례로 타봤다.
먼저 지난해 10월 등장한 ‘2015년형 맥스크루즈’ 가솔린 모델을 시승했다. 가솔린 V6 3.3 람다 엔진을 단 맥스크루즈는 기존 SUV ‘싼타페’와 비교해 뒷쪽 리어램프 부분이 살짝 달라진 것 외에 실내나 바깥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고 길이만 길어져 ‘싼타페 롱바디’로 불린다. 미국에서는 ‘그랜드 싼타페’, 캐나다에서는 ‘싼타페XL’ 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대형 SUV 운전석에 앉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우선 덩치가 크다 보니 어지간한 주차장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차들 사이에 주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몇 번을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겨우 차를 세울 수 있었다.
1.8m에 이르는 높이도 걸림돌이다. 진입로가 낮은 지하주차장에 들어갈 때 절로 위를 쳐다보며 조심하게 된다. 아무래도 SUV가 캠핑, 레저 등 주로 야외 활동을 위한 차여서 도심환경에서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이게 단점의 전부였다.
차가 커지고 길어져서 속도를 높이거나 달릴 때 힘에 부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 실제는 달랐다. 경기 고양시에서 자유로를 타고 서울 방향으로 달리는 동안 승용차를 몰 때처럼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언덕을 가뿐히 오를 정도로 충분한 힘을 냈다. 덕분에 승차감도 좋아서 여성이나 아이들이 동승할 경우 승용차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실내를 울리는 가속음 또한 속도감을 배가 시킨다. 그렇다고 실내가 지나치게 시끄럽지도 않다.
맥스크루즈의 큰 강점 중 하나는 국내 SUV 중 가장 넓은 실내 공간이다. 앞 범퍼부터 뒷 범퍼까지 길이가 491.5㎝로, 차체 길이가 싼타페 대비 22.5㎝ 더 길고 실내 공간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길이) 길이도 싼타페보다 10㎝ 길다. 따라서 2열 탑승할 때 리무진 부럽지 않은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게다가 4명 가족이 2박3일 캠핑을 할 만큼 충분한 장비를 실을 수 있다. 2열과 3열의 시트를 모두 접으면 어른 2명이 눕기에 충분한 공간이 나온다.
220V 인버터가 기본으로 달려 전기밥솥을 사용해 밥을 짓거나 노트북으로 영화를 볼 수도 있다. 복합 연비 8.5㎞/ℓ(도심 7.5㎞/ℓ, 고속도로 10.4㎞/ℓ)가 약간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크기를 감안하면 실망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낮은 기름값이 아쉬운 연비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지난해 6월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레인지로버 LWB의 가격은 2억6,820만원으로 국내 판매 중인 SUV 중 가장 비싸다. 레인지로버는 경쟁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당당히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꼽는다. 그만큼 최고의 SUV라는 긍지를 갖고 있는 차이다.
LWB는 일반 레인지로버에서 휠베이스를 20㎝ 늘렸다. 특히 뒷좌석을 18.6㎝이나 넓혔고 SUV가 이렇게 고급스러울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호화롭다. 뒷좌석 만을 위한 10.2인치 모니터에 2013년부터 재규어 랜드로버와 손잡은 최고급 오디오 시스템 회사 메리디안이 만든 전용 3D 오디오 시스템이 앞뒤좌우 및 천장에도 달렸다. 널찍한 테이블도 펼칠 수 있다.
그만큼 뒷좌석이 넓어서 앞 좌석을 충분히 뒤로 빼고도 어지간한 성인이 앉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뒷좌석 등받이도 최대 17도까지 조절돼 여객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탔을 때처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LWB는 최고 339마력, 최대 71.4kgㆍm를 발휘하는 4.4리터 V8 터보 디젤엔진과 최고 510마력, 최대 63.8kgㆍm를 내뿜는 5리터 V8 수퍼차저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 모델이 국내도입됐는데 이 가운데 가솔린 모델을 몰아봤다.
무엇보다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데 6초가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순간 폭발력이 대단했다. 차체가 기울어지는 현상을 최소화해 핸들링과 달릴 때 편안함을 높였다. 특히 차축을 기준으로 앞과 뒤를 따로 제어하는 2채널 시스템을 달아 낮은 속도에서 좀 더 민첩하게 반응하도록 하고 고속에서는 제어 능력과 안정성을 높였다.
랜드로버의 특허 기술인 전자동 지형반응시스템 2(Terrain Response® 2)는 정교한 인텔리전트 시스템을 사용해 현재 주행 조건을 분석하고 가장 적합한 지형 프로그램을 알아서 선택한다. 자동 모드와 모래, 암벽, 풀, 자갈, 눈 등 5가지 설정에 맞춰 서스펜션의 높이, 엔진 반응 등을 조정해 어떤 환경에서도 운전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만든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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