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악재에 작년 제로 성장, 2012년 글로벌 위기로 곤두박질
내수 회복이 경제 회복 관건, 민간 소비가 GDP의 63% 차지
"올해 바닥 치고 내년부터 회복" 예산 절감·증세 조치 잇달아 발표
브라질 경제가 도전 받고 있다. 내수침체, 재정불균형, 대외경제여건 악화, 80년만의 최악의 가뭄, 국민기업인 국영석유공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 비리스캔들 등으로 금년 경제 성장은 작년의 0%에 이어 -0.4%로 후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EIU(The Economist Intelligent Unit)는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했고, 헤알화는 최근 10년내 최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경제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국영석유기업인 페트로브라스 비리가 터져서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 지지도는 23%까지 떨어졌는데, 2014년 12월보다 무려 20% 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페트로브라스 비리는 유전 개발공사 수주를 빌미로 건설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고 일부가 대통령이 소속된 당의 정치자금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한계에 봉착한 브라질 경제
브라질의 경제 성장 둔화의 첫 번째 요인은 브라질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이다.
2013년에 대중교통요금 인상 반대를 외치며 시작된 시위가 의료시설 확충, 인프라 건설, 부정부패 반대, 교육 투자 확대 등으로 다양하게 확산되며 브라질이 더 이상 예전 방식으로 지탱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2002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당선은 좌우파의 이념 대결보다는 당시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팽배, 새로운 지도자를 통한 사회 변화에 대한 욕구, 빈부격차 심화로 인한 저소득층의 불만 표출 등이 요인이었는데 13년이 흐른 지금도 크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 동안 정부는 재정정책을 통해 사회간접자본 투자보다는 저소득층의 사회 보장 및 복지를 개선에 힘썼기 때문에 전기 수도 도로 철도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부족했다. 그 결과 화물이 주로 도로를 통해 운반되는데 부족한 도로 때문에 물류비용인 높다. 브라질 내륙지방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남동부 수출항까지 운반되는데 선진국 보다 2, 3배 비싸다.
브라질 정부는 또 저소득층 사회보장 및 복지 개선을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증세 보다는 세금 감면을 통한 총수요 증가 정책을 선택했다. 이는 감세로 세수는 줄고 막대한 지출을 충당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모자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렇다고 감세로 소비와 경기가 살아난 것도 아니고 저소득층의 복지 및 사회 보장제도 강화도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관료주의, 복잡한 조세체계, 과도한 세금 부담, 법인 설립에 필요한 비용 과다, 부정 부패, 과도한 노동자 위주 노동법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둘째로 브라질 경기침체를 직접적으로 촉발시킨 원인은 대외경제 여건의 악화이다. 2012년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브라질 경제가 침체되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내수 소비시장은 점점 위축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헤알화 가치 하락으로 서민들의 소비를 좌우하는 식료품 가격을 비롯하여 각종 제품 가격이 대폭 올랐다. 작년에는 특히 6%대의 높은 물가상승률과 헤알화 가치 하락, 기준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며 소매 판매 증가율이 2%를 넘지 못했다. 높은 금리로 인해 신용대출은 줄고 실직에 대한 불안, 낮은 임금 상승률 등으로 인해 2014년 3분기에 소비시장은 11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브라질 중산층의 타격이 컸다.
중국의 경제둔화로 인해 브라질의 대 중국 수출도 감소했다. 브라질은 중국에 동, 니켈, 철강 등의 원자재를 수출해 왔다. 미국 정부의 양적 완화축소로 인한 헤알화 가치 급락과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때문에 기업들은 중장기 투자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각종 수입 부품 및 자재 가격이 비싸져서 생산 비용이 높아지고 나아가 소비자 물가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헤알화 가치는 지난 2004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작년 한 해만해도 달러대비 13% 떨어졌고, 올해 2월 한달 동안에만 6% 추가로 하락했다. 브라질 정부는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가 시작된 2013년부터 외환 이탈 방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으나 올해부터는 개입 규모를 줄이고 시장에 맡기는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브라질은 희망의 땅
브라질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브라질 경제가 올해 바닥을 치고 내년부터 회복할 것으로 본다.
호세프 대통령도 브라질 경제의 성장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 정책을 펼칠 것이다. 변화와 혁신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이다. 브라질 정부는 증가하는 GDP 대비 공공부채비율(2014년 기준 63%)을 억제하고 대외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산절감에 있어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가위손’ 조아킹 레비를 재무장관에 기용되었는데 그는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당분간 마이너스 성장도 감수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미 올해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지출 가운데 663억헤알(약 25조6,600억원)의 절감 목표를 제시했고, 지난 1월에는 206억헤알(약 8조원) 규모의 증세 조치도 발표했다. 금년 시행될 증세 조치에는 화장품 분야에 대한 공업세 적용 확대, 수입제품에 부과되는 사회보장세 인상, 금융거래세 인상 등이 포함된다. 또한 그 동안 방만하게 운영되던 연금제도 개혁을 위해 실업수당 및 유족 연금 수혜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친 기업, 친 시장 경제정책도 추진될 것이다. 각종 세금 감면, 관료주의 완화, 노무제도 개선을 통한 부담 감소 등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경제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우리기업들의 브라질 투자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10년 1헤알에 700원을 육박하던 환율은 현재 390원으로 하락해서 환율측면에서의 투자비용이 크게 줄었다.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철회하는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정부는 또 개입 축소, 민간 및 산업 자생력 향상을 도모할 전망이다. 그 동안 정부는 석유가격 인상 억제, 전기요금 강제 인하, 노동자 지원 사회 프로그램, 자동차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혜택을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하여 민간이 기업이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도록 할 방침이다.
통화정책, 금리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11.75%에서 1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동시에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금리로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은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브라질은 GDP에서 민간소비가 63%(2013년)나 차지하는 전형적인 내수경제여서 내수의 회복이 경제 회복의 관건이지만, 내수시장의 전망이 밝지는 않다. 하지만 상위 5% 정도인 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제품 시장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중산층의 소비 위축에도 불구, 고소득층은 여전히 높은 소비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는 또 수출 대체 시장 확보를 위해 자유무역협상에 적극 나설 것이다. 헤알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주요 수출시장에서 수출이 크게 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저성장, EU 재정위기, 아르헨티나와의 무역분쟁이 원인이다. 현재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 (메르코수르)과 유럽연합, 남미공동시장과 태평양동맹 간의 자유무역협상을 진행 중인데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브라질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집트 등 단 3개국만 FTA를 체결할 정도로 남미공동시장 이외에는 FTA를 체결에 관심이 없었다.
한편, 무역수지 적자 확대로 브라질 정부의 국산부품 의무사용 비중 확대나 각종 기술장벽 설치 등과 토종기업의 경쟁력 강화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대두 옥수수 오렌지 등 다양한 농산물을 대량 생산하는 농업대국이다. 엄청난 양의 철광석 알루미늄 심해유전을 갖고 있는 자원부국이기도 하다. 여기에 세계 5위 규모의 국토, 인구 2억의 거대한 소비시장이 존재한다. 전쟁의 위협이나 지진 등의 천재지변도 없다. 브라질은 경제정책에 있어서 ‘좌파’ 또는 ‘우파’로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데 좌파 성향의 정부도 실제로는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채택해 왔다. 브라질 경제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국부는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혼재된 긍정 부정적 요소들을 종합해 평가한다면, 브라질 경제가 현재 국내외적으로 도전받고 있더라 우리 기업들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무역과 투자의 파트너를 찾는다면 브라질만한 나라를 찾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영선ㆍ상파울루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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