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으로 도피했다 붙잡혀 송환
서울 강남경찰서는 해외선교 활동비가 필요하다며 여자 친구를 회유해 약 60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리게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박모(36)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박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직후 태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 10일 현지 경찰에 붙잡혀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9년 초 지인 소개로 만나 연인 관계로 발전한 이모(36)씨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사실을 알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서 선교활동 할 자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넘어간 이씨는 자신이 재무과장으로 있던 인터넷 설비회사의 회계장부를 조작해 2014년 1월까지 5년간 60억여원을 빼돌렸다. 이로 인해 코스닥 상장사였던 회사는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심사를 받는 등 심각한 피해를 봤다. 이씨는 지난해 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돼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박씨는 이씨가 횡령한 돈 중 59억원을 1,374차례에 걸쳐 자신의 계좌로 이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25억원은 환치기 업자를 통해 태국 현지은행에 불법 송금한 뒤 현지의 태국인 부인 명의로 토지를 구입하고 여행사를 차려 운영했다. 박씨는 선교활동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 미국에 간 사실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선교활동을 위해 미국을 오간다고 했지만 사실 부모와 아내를 만나러 태국을 오갔다”며 “현재 이씨가 송금해준 돈이 회삿돈을 횡령한 것인지 몰랐고, 실제 받은 돈도 25억원에 불과하다며 범행을 대부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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