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로 시작하는 대중 가요 ‘칠갑산’의 구성진 가락이 들릴 듯 하는 청양은 충남 한복판, 차령산맥 기슭에 자리한 산간지역이다. 산세가 험해 충남 알프스로 불리는 도립공원 칠갑산(561m)을 비롯해 월산(575m) 구봉산(433m) 등 높고 낮은 산들이 연이어 있어 한국전쟁 때도 전쟁의 참화가 미치지 않았다는 오지(奧地)다. 인구도 3만2,000여명에 불과해 충남에서 가장 작은 군이다.
▦ 조선 후기 영조 때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邑誌)를 모아 엮은 여지도서(輿地圖書)에 따르면 청양은 “지역이 외지며 토지는 메마르다”고 돼 있다. 이중환(1690~1752)의 택리지에도 “청양과 정산(청양군의 일부) 두 고을은 샘에 나쁜 기운이 있는 지대이므로 살 만한 곳이 못 된다”고 쓰여 있다. 그래서인지 걸출한 인물이 쏟아져 나온 이웃 홍성(고려 말 최영 장군, 사육신의 일원 성삼문, 만해 한용운, 김좌진 장군)이나 예산(추사 김정희, 윤봉길 의사)에 비해 내세울만한 명사가 적었다.
▦ 칠갑산 정기가 뒤늦게 발동한 것일까. 참여정부의 이해찬 총리에 이어 이완구 현 총리까지 건국 이래 39명의 재상(4명은 재임) 가운데 두 명을 배출했다. 군 단위에서 서리(署理)를 제외하고 총리를 2명 낸 곳은 경북 칠곡(장택상 신현확)과 경남 하동(김석수 정홍원)뿐이다. 북한지역을 포함하면 평남 강서(노신영 이영덕)가 있다. 5.16 군사정부 시절 내각수반(송요찬)까지 더하면 청양 출신은 세 명이나 된다. 총리 이외에 새누리당 전 사무총장 윤상현 의원, 대검차장을 지낸 임정혁 법무연수원장,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고향이 청양이다.
▦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으로 불리지만, 그 동안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한 ‘책임 총리’는 드물었다. 각종 행사에 대통령 대신 나가 축사하는 ‘의전 총리’, 대형 사고가 터지면 책임을 뒤집어 쓰고 물러나는‘방탄 총리’라는 비아냥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이해찬 총리는 헌법에 보장된 각료 제청권 행사는 물론, 직언도 서슴지 않아‘실세 총리’로 불렸다. 임명 과정에서 여러 흠결이 드러난 이완구 총리가 청양 출신 전직 총리처럼 강단 있게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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