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섰다. 가격차이가 1,000만원 이하로 좁혀 든 아파트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이주 수요가 급증, 전세 물건이 품귀현상을 빚은 탓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암사동과 성북구 종암동의 일부 아파트 단지는 전세가율이 95%를 넘나든다. 암사동의 한 아파트는 매매가 3억4,000만 원짜리가 전세 3억3,000만원에, 종암동은 매매가 2억4,900만 원짜리가 전세 2억4,000만원에 계약됐다. 심지어 경기 일부에서는 매매가와 전세가 역전현상까지 발생했다. 또 강남 일부이긴 하지만 국민주택규모인 85㎡ 아파트 전세가격이 10억 원대까지 치솟았다. 일부 언론의 표현대로 ‘미친 전세’다. 이 정도면 자칫 집이 경매에 넘어가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속출할 위험성이 크다.
이 같은 현상은 물론 전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재건축 이주 수요는 3만 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는 2만 가구에 불과하다. 수요초과 상황에서 저금리가 계속되는 한 전세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 또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물량은 더욱 부족해졌다. 지난해 전체 임차가구 중 월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55%에 달했다. 반면 세입자들은 월세전환이 큰 부담이다.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자율인 전월세전환율이 평균 6.6%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두 배를 넘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대폭 올려주지 못하면 그만큼을 월세로 감당해야 한다. 결국 외곽으로 벗어나거나, 주거여건이 열악한 연립과 다세대 등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책은 뾰족한 게 없다. 정부는 주택 구매를 유도하는데 힘을 쏟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빚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서민 중산층이 선뜻 결행하기 쉽지 않다. 서울시도 재건축 이주시기 분산과 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전세난을 완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공허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선 세입자보호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전월세전환율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묶는 등 월세전환속도를 늦추고, 주택경매처분시 임차인의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 규정을 강화해는 일부터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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