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前 아름다운재단 대표… 50점 모아 '서촌 오후 4시' 展
“오랜 시간 사회가 요구하는 자아를 위해 살아 왔는데, 어느 순간 ‘내가 진정 원하는 건 무엇일까’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결론은 캔버스 앞에 있는 내 모습이었죠.”
신문기자와 아름다운재단 대표를 지낸 김미경(55)씨는 23일 화가가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건물 옥상에 올라가 서울 서촌 일대를 그리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서강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김씨는 1983년 대구 성화여고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여성운동을 하겠다는 열망이 강했던 그는 이듬해 학교를 떠나 이화여대에서 여성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87년 여성신문에 입사했다가 이듬해 창간한 한겨레에 합류했다. 2005년 신문사를 그만 두고 남편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7년간 ‘한국문화 알림이’로 활동했다.
그러나 사회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은 쉽게 버릴 수 없었다. 고민 끝에 2012년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온 김씨는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으로 사회활동을 재개했다. ‘일 중독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기부문화 확산에 온몸을 바쳤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늘 허전함이 있었다. “대학 입학 이후 줄곧 시대 상황이 요구하는 ‘사회적 자아’를 위해 살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나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러던 중 서울 옥인동 아름다운재단 옥상에서 바라본 경복궁 옆 서촌 풍경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내면의 욕구에 눈 뜬 계기가 됐다. “뉴욕 맨해튼에서 보던 풍경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서촌은 새로움과 감동 그 자체였어요.” 그 길로 그는 사표를 내고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해 2월의 일이다.
김씨는 서촌의 한옥, 적산가옥 등을 그리고 있다. 늘 건물 옥상에서 작업을 해 ‘옥상 화가’로도 불린다. “풍경 전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옥상이 최고의 아틀리에”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 17일부터 서울 서촌 갤러리 ‘류가헌’에서 작품 50점을 모은 개인전 ‘서촌 오후 4시’를 열고 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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