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 ‘교과서 동해 병기’결정을 이끌어 낸 한인 사회 주역들 사이에서 1년도 지나지 않아 파열음이 나고 있다. 동해 병기에 힘을 보탠 버지니아 한인회에서는 지난해 말 들어선 새 회장단과 전 회장 사이에 불투명한 재정 집행 의혹 논란이 불거졌고, 동해 병기 성사과정의 전모를 담는 관련 백서 발간을 둘러싸고도 대립하고 있다.
버지니아한인회는 22일 홍일송 전 회장의 불투명하고 부실한 재정운영으로 미국 지방정부에서 받아온 지원금이 끊기는 등 총 26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으며, 법적 절차를 거쳐 홍 전회장에서 손실 보전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한인회는 홍 전 회장이 재임 중 약 40만달러로 추정되는 한인회 재정에 관해 재정보고나 재무감사 등을 전혀 실시하지 않은 채 혼자 관리했으며, 최근 3년 동안에는 세무보고를 전혀 하지 않아 한인회가 비영리단체 자격을 상실할 위기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한인회는 홍 전 회장의 직무유기와 공금횡령, 공금유용 등의 여부에 대해 버지니아 주 법무장관의 조언을 구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현지 법원에 법원명령을 신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에 체류 중인 홍 전 회장은 “터무니 없는 음모”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방 정부 지원금이 끊긴 것은 재정관리 부실 때문이 아니라, 예산집행의 우선순위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재임 중 해임한 분이 새 집행부에서 중책을 맡은 뒤 앙심을 품은 것 같다”며 “한국 일정을 앞당겨 빨리 귀환해 모든 의혹을 해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과서 동해 병기의 주역인 ‘미주한인의 소리’의 피터 김 회장 측이 주도하는 백서 발간을 둘러싸고도 교포 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김 회장 측이 이달 말 최종 원고를 한국에 보내 5월말에는 한국에서 출간 기념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을 세우자, 리치먼드 지역 한인대표가 이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을 보내는 등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지역의 다른 한인단체 관계자들도 “특정 단체나 개인이 주도하는 역사 정리 사업은 치우칠 수 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