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소리 톤이 좀 낮은 편이다. 예전에 노래방에 가면 대부분의 노래를 키를 낮춰서 남성 버전으로 불러야 했다. 흥이 잘 나지 않았다. 낮게 가라앉는 목소리 때문에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졸려 하는 경우도 많았다. 톤이 낮은데다가 말이 느려서 외국인 학생들은 무척 반가워했다. 높고 낮음을 떠나 목소리는 많은 것을 전달하는 것 같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목소리가 있다. 진심어린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호소력을 갖는다. 긴장감 때문에 목소리가 떨리거나 스트레스 때문에 목소리가 갈라지기도 한다. 화를 내면 기분도 상하지만 목도 상한다. 목소리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기분과 감정, 성격과 취향, 태도 같은 것들이 두루 목소리에 실리게 되는 것이다.
라디오 시대는 이제 지나갔지만 어릴 적 라디오를 켜놓고 잠들던 습관이 있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디제이들을 친구 삼아 밤을 지새우고는 했다. 그들의 음성을 듣지 않으면 하루가 불완전하게 느껴졌다. 그 때는 많은 친구들이 나와 비슷했다. 이어폰을 끼고 다니는 학생들도 참 많았다. 특정 티비 프로그램에서 매번 흘러나오는 목소리와 고정 멘트도 그렇다. 같은 요일, 일정한 시각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들 말이다. 어떤 목소리는 이상한 안도감과 위로를 주기도 한다. 말의 내용을 떠나 누군가의 음성이 가슴 깊이 남아 있기도 하다. 목소리를 기억하고 반응하는 이 사회적 영역은 의외로 힘이 센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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