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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의자는 그림의 떡… 통로서 밀리고 치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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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의자는 그림의 떡… 통로서 밀리고 치이고

입력
2015.0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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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21만명 실어나르는 KTX도 명절 '귀성 전쟁' 피할 수 없어

좌석 요금과 큰 차이 없는 입석… 현장·온라인 예매 여전히 어려워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승차장이 설 귀경객들로 가득 찼다. 이번 설 연휴 기간에는 지난해보다 60만명 많은 288만명이 기차를 이용해 귀성·귀경길에 올랐다. 연합뉴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승차장이 설 귀경객들로 가득 찼다. 이번 설 연휴 기간에는 지난해보다 60만명 많은 288만명이 기차를 이용해 귀성·귀경길에 올랐다. 연합뉴스

“5일 하루 동안 서울역에는 혼잡했던 지난 3일보다 1만여명이 더 많은 5만6,000여명이 도착, 혼잡을 빚었으며 주말 귀향객도 4만5,000여명이나 몰려 상ㆍ하행선 열차가 모두 초만원을 이루었다.”

설날 귀성 풍경을 전한 1986년 1월 6일자 한 일간지 기사 중 일부다. 그 사이 철도 수송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3월 KTX 호남선이 개통되면 전국 일일 반나절 생활권 시대가 열린다. 이번 설 명절(18~22일)에도 KTX는 하루 21만5,000여명의 승객을 실어 날라 전체 철도 수송의 63%를 담당했다. 하지만 ‘귀성 전쟁’만큼은 예외다.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김없이 열차 귀향ㆍ귀경길에는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승차권 예매 전쟁은 첫 관문일 뿐이다. 입석으로라도 고향 가는 기차에 오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본격적인 귀향이 시작된 지난 17일. 입석 표를 끊은 기자가 KTX에 오르자마자 보조의자 쟁탈전이 시작됐다. 보조의자는 열차 칸 사이에 있는 주인 없는 좌석으로 해당 공간마다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3개(휴대폰 충전실 의자 포함)까지 있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이날 목적지인 동대구행 입석표를 끊고 출발 20분 전 일찌감치 서울역에 도착했다. 출발 10분 전이 되자 바닥에 문이 열리는 지점을 뜻하는 ‘고속 ○호차’라고 적힌 곳마다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일부 승객은 새치기를 하려는 듯 줄을 무시하고 앞자리에 몰려들어 주위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긴장감도 잠시. 허탈하게도 보조의자는 직전 행신역에서 탄 승객의 몫이었다. 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사라지자 2시간 가량을 서서 가야 하는 생각에 막막했다. 21일 오후 서울로 돌아오는 차편 역시 기차 출발 30분 전 역에 도착해 문 앞 자리를 지켰지만 부산에서 타고 온 이들이 이미 차지해 보조의자는 ‘그림의 떡’이었다.

평소와 달리 명절 연휴 기간에는 유독 입석자들의 애환이 크다. 이용객이 많다 보니 폭이 1㎙ 정도 되는 통로에 다닥다닥 붙어서 움직이기가 쉽지 않고, 가만히 서 있어도 사람들이 들고 탄 짐에 이리저리 치이기 일쑤다. 벽에 기대 눈이라도 붙일라치면 간식을 담은 카트나 사람이 지나 다녀 수시로 깨고, 화장실 문이 열릴 때마다 암모니아 향이 코 끝을 찔러 괴롭다.

사실 좁은 공간에서 서서 가는 것도 고통이지만 더 억울한 건 편안한 객실에서 앉아 가는 요금과 통로에서 서서 가는 요금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서울~동대구의 어른 일반실 요금은 4만2,500원으로, 입석(3만6,100원)과 불과 6,400원 차이다. 부산이 고향인 장모(28)씨는 “회사 휴무 일정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남아 있는 입석표를 구한 건데, 돈은 돈대로 내고 눈치는 눈치대로 봐야 해서 불편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제 때 표를 구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지난달 13일 인터넷으로 일반실 좌석을 예매한 김모(27)씨는 “표를 예매하기 위해 시작 20분 전인 오전 5시40분에 일어나 가벼운 게임으로 손을 풀고 스트레칭까지 했을 정도”라며 “노트북에는 코레일 서버시간을, 데스크톱에는 예매사이트 창 6개를 띄워놓고 오전 5시59분59초부터 5초 단위로 하나씩 로그인을 시도한 끝에 표를 구했다”고 말했다.

물론 KTX만 고집할 이유는 없지만 KTX 입석행은 ‘굵지만 짧게’ 고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이다. 고속버스 서울-대구 구간의 경우 기존 3시간 반이던 운행 시간이 명절 기간에는 7시간 넘게 걸릴 때가 많고,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는 편성된 열차편 자체가 적고 KTX보다 각각 약 1시간 30분, 2시간이 더 걸린다. 이번 설 귀성 열차를 입석으로 이용한 이모(62)씨는 “열차 예매가 주로 인터넷으로 이뤄지다 보니 온라인에 익숙지 않은 장년 세대는 예나 지금이나 입석을 감수해야 할 판”이라고 푸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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