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 너무 커
소득 늘어 임대료 할증 붙어도
이주 못 하는 붙박이 가구가 70%
"내집마련 정책 혜택 고루 돌아가게
순환율 높일 대책 필요" 지적
8년 전 인천 서구의 전용면적 49㎡ 국민임대아파트에 입주한 40대 김모씨는 최근 서울 노원구로 이사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근무지가 경기 구리시로 바뀐데다 큰 딸이 중학교에 입학해 상대적으로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하려 했지만 집값을 감당할 곳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현재 보증금 2,000만원, 월세 30만원(관리비 10만원 포함) 정도를 내고 있는데 이 가격에는 서울은커녕 경기도에도 임대 물건을 구하기 어렵다”며 “소득이 늘어 앞으로 임대료 할증이 붙을 것을 감안해도 국민임대주택에 사는 게 훨씬 이득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들이 일반 아파트로 이동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간아파트의 전월세 가격상승폭이 워낙 커 공공임대주택에 한번 발을 들이면 자력으로 빠져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빈 자리를 기다리는 저소득층의 임대주택 진입도 덩달아 어려워지고 있다. 서민 거주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혜택이 골고루 미치도록 순환율(최초 거주자 교체 비율)을 높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노근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의뢰해 받은 ‘공공임대주택의 유형별 계속거주가구 현황’에 따르면 현재 전체 공공임대주택 입주가구(총 57만5,626가구) 가운데 최초 입주 후 계속 거주 중인 가구수는 전체의 69.1%인 39만7,597가구에 이른다.
공공임대주택은 크게 ▦일정기간 이후 분양전환이 가능한 5년ㆍ10년 공공임대주택 ▦영구적인 임대를 목적으로 건설한 50년 공공임대주택 ▦30년 동안 임대하는 국민임대주택 ▦기초생활수급자, 국가유공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영구임대주택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국민임대주택과 영구임대주택, 50년 공공임대주택 등은 사실상 영구 거주가 가능하지만 모두 순환율이 너무 낮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국민임대주택(38만여가구)과 영구임대주택(14만여가구)이 논란의 대상이다.
국민임대주택은 입주 자격이 까다롭고(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70%이하 등) 거주 중에도 2년마다 입주조건을 심사해 재계약하는 형태를 취한다. 소득이 늘어날 경우 임대료에 할증이 붙고, 자산이 늘어나면 퇴거명령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5년 사이 자의나 타의로 퇴거한 가구의 비율은 28.4%에 그쳤다. 영구임대주택은 퇴거기준 자체가 작년 10월에야 마련됐다. 이런 까닭에 1990년 이후 20년 이상 거주한 가구가 64% 수준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임대차 시장이 요동치면서 공공임대주택 거주자들의 이동이 쉽지 않은 현실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LH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 상승률은 18.3% 수준이다. 반면 KB국민은행 부동산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은 48.74%에 달했다. 매매가격 상승률(16.75%)도 공공임대아파트의 임대료 상승률에 못지 않았다. 공공임대에 거주하면서 모은 자금으로는 주택 구매는 물론이고 치솟는 전셋값을 따라가기 버겁다는 얘기다.
이노근 의원실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은 서민층의 주거비를 보전해줌으로써 내집 마련을 장려하려는 정책적인 목적이 컸는데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이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정책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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