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프라스 "전투에 이겼을 뿐 전쟁에서 승리한 건 아니다"
새 개혁안 내일 유로그룹에 제출, 탈세·부패척결 등 조치 담길 듯
채권단, 이행 여부 실사 후 지원 결정
그리스와 유럽연합(EU) 등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4개월 연장하기로 20일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그리스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를 벗어났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도 잔류하게 됐다.
그러나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와 그리스간의 구제금융 협상전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역시 21일 TV연설에서 "전투를 이겼을 뿐 전쟁에서 승리한 건 아니다.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23일까지 현행 구제금융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한 개혁 정책들을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트로이카의 검토를 거친 그리스의 개혁 정책안은 24일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에 제출된다. 그리스 전 정부는 트로이카가 요구한 지원 조건을 수용하는 방식을 따랐으나, 이번 합의는 그리스가 스스로 지원조건인 개혁정책을 결정하도록 했다.
새 개혁 정책안에는 탈세와 부패척결, 공공행정 투명화 등의 조치가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치프라스 총리도 TV연설에서 탈세와 부패에 대한 단호한 대처와 정치부문 개혁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는 정권, 언론 등과 결탁한 소수 자본가 세력인 '올리가르히'가 탈세와 정부조달 비리, 부동산 투기 등 부패를 저지른다고 보고 이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그리스 정부는 개혁정책 마련을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도움도 받기로 했다.
그러나 그리스의 개혁안이 바로 채권단의 승인을 받으리란 보장은 없다.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개혁 정책의 이행 여부를 실사하고서 4월 말에 구제금융 분할 지원금과 그리스 국채보유에 따른 투자이익을 지원하기로 했다. 트로이카가 제시한 구제금융 조건과 부합한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남은 분할 지원금 72억유로(약 9조원)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긴축정책 폐지와 채무 탕감을 공약으로 내걸며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시리자 정부의 정책이 채권단의 구조조정안과 상충되면서 트로이카와 그리스의 줄다리기는 앞으로 더 지속될 전망이다. 그리스는 개혁 정책을 우선 합의하면 6월 말을 목표로 추진하는 새 협상에서 국가 채무의 상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리스는 국내총생산(GDP)의 1.75배 규모인 국가 채무는 지속가능한 수준이 아니라며 기존 국채를 명목 GDP 성장률에 연동한 채권과 영구채권으로 교환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반면 채권단은 부채탕감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또한 시리자 정부는 새 협상과 무관하게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법 개정 추진, 국유재산 매각 계획 재검토 등 긴축 완화를 추진할 계획을 내세우기도 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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