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에이스 김광현(27)은 지난 겨울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선택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왔던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고 단독 교섭 상대 샌디에이고와 협상 결렬로 SK에 잔류했다. 상실감이 꽤 컸을 듯 했지만 금세 밝은 미소를 되찾았다.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준비에 한창인 김광현은 22일 오키나와 이시가와 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연습 경기에 처음으로 선발 등판했다. 예년보다 다소 늦게 실전 마운드에 올랐지만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
김광현은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3안타 1실점을 했다. 총 42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시험했다. 4사구는 단 1개도 없었다. 직구 최고 시속은 SK측 전력 분석에 따르면 147㎞, LG측에 의하면 149㎞를 찍었다. 삼진을 뽑아낸 결정구는 직구 1개, 커브 2개였다.
김광현은 “첫 등판치고는 좋았고, 밸런스도 괜찮았다”며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피칭이었는데 게임 내용은 좋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용희 SK 감독은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처음인데다 마음대로 제구가 되지 않아 아쉬운 탄성을 내뱉었지만 괜찮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 단계 도약을 노리는 김광현의 키워드는 체인지업이다. 직구와 슬라이더라는 강력한 무기로 상대 타자를 압도했지만 한편으로는 구종의 단조로움을 지적하는 시선도 있었다. 김광현은 “주변에서 체인지업이 필요하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들었다”며 “타자의 타이밍을 뺏고, 빅리그에 재도전하려면 체인지업을 장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을 많이 던지는 편이기도 하고 타자들도 빠른 공을 노리고 들어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광현은 아직 썩 만족스럽지 않다. 그는 “더 연습해야 할 것 같다”며 “컨트롤이 잘 안 됐고, 타이밍을 뺏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 감독은 “체인지업을 던져 안타를 맞긴 했으나 큰 상관은 없다”며 “지금은 완벽하게 직구와 똑같은 투구 폼에서 체인지업을 던질 수 있도록 조절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많이 맞아 봐야 빨리 클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승부욕이 강한 김광현은 그 동안 득점권에 주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점수를 주지 않으려고 삼진으로 돌려세울 생각만 했다. 그렇다 보니 투구 수는 점점 늘어나고 야수들의 수비 시간은 길어졌다. 많은 투구 수 탓에 소화하는 이닝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김광현은 생각을 바꿨다. 점수를 줄 건 주더라도 투구 수를 줄이고, 이닝을 빨리 마칠 수 있도록 신경 쓰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넓고 크게 보겠다”며 “예를 들어 1사 3루라면 외야 플라이로 1점을 주고 주자 없는 상황에서 편히 던지는 게 낫지, 예전처럼 삼진을 잡은 다음 땅볼이나 뜬 공으로 실점 없이 막는 것은 비효율적인 것 같다. (류)현진이형(LA 다저스)도 이 말을 해줬다. 물론 단기전이나 개막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는 1점도 주지 않는 피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목표로 200이닝 소화를 내건 김광현은 “돈 많이 받는 투수들은 다 이유가 있다”며 “(윤)성환이형이나 (장)원삼(이상 삼성)이형, (장)원준(두산)이형 모두 꾸준하게 많은 이닝을 던진다. 올해 경기 수도 늘어나 3~4차례 더 등판하는 만큼 부상 없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마운드를 오래 지키고 싶다”고 다짐했다.
오키나와=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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