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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넷마블과 전격 제휴… 넥슨에 회심의 반격

입력
2015.02.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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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게임업체 대공세 함께 대처" 깜짝 빅딜로 상당 지분 맞교환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 변수될 듯, 넷마블 "단순 백기사 아냐" 선 긋기

넥슨과 경영권 싸움을 벌이는 엔씨소프트가 동지에서 적으로 돌아선 넥슨에게 회심의 반격을 가했다. 공격적 지분 확보로 최대주주가 된 넥슨을 대신해 넷마블게임즈와 약 10%의 지분을 주고 받으며 전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백기사를 통한 ‘경영권 방어’와 ‘모바일게임 사업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는 17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계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한 공동 사업 및 전략적 제휴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깜짝 ‘빅딜’을 증명하듯 평소 언론에 나서지 않는 김택진 엔씨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의장이 직접 나왔다.

가장 큰 관심사는 지분 교환이다. 엔씨는 전날 넷마블의 신주 9.8%를 3,803억원에 인수했고, 넷마블은 이날 오전 엔씨의 자사주 전체(8.93%)를 3,911억원에 사들이며 사실상의 주식 맞교환을 했다. 이에 따라 엔씨는 넷마블의 4대 주주, 넷마블은 엔씨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하루 아침에 끈끈한 동지가 된 이들의 깜짝 발표를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만큼 양 사는 평소 교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양 사는 업계를 흔든 제휴에 대해 “중국 게임업체의 급성장 등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에 함께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컴퓨터(PC)를 바탕으로 한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의 최강자와 스마트폰을 위주로 한 모바일 게임업계의 최강자끼리 손을 잡아 세계적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엔씨는 게임의 지적재산권(IP)을, 넷마블은 모바일 플랫폼을 서로 공유할 계획이다. 엔씨의 게임 콘텐츠를 넷마블이 모바일로 실어 날아 서로 윈윈한다는 전략이다. 나아가 양 사는 공동 게임 배급과 공동 투자, 합작회사 설립도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양 사의 전략적 제휴에 발표 내용 이상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넷마블이 최근 넥슨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엔씨를 보호하기 위한 백기사로 나섰다는 해석이다. 엔씨에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버리고, 대신 넷마블을 통해 우호지분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김택진(왼쪽에서 세 번째)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왼쪽에서 네 번째)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17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진(왼쪽에서 세 번째) 엔씨소프트 대표와 방준혁(왼쪽에서 네 번째)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17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전략적 제휴를 발표한 뒤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전까지 김 대표는 엔씨 지분 9.98%를 보유해 15.08%를 가진 넥슨에 밀렸으나 이날부터 넷마블이 보유 지분 8.93%를 통해 김 대표를 지원할 경우 총 18.91%로 넥슨보다 우위에 서게 돼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 방 의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당연히 우호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확보한 의결권은 당장 김 대표의 재선임 여부가 안건으로 오르는 3월 주총에서는 효력이 발생하지 않지만, 이사 7명 중 5명의 재선임이 걸려있어 더 중요한 내년 주총을 대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넷마블은 단순히 백기사 역할에만 그치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방 의장은 “넷마블은 나 외에 CJ E&M, 텐센트 등 중요 주주가 있는데, 단순히 엔씨 경영권 방어를 위해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하루빨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1, 2년 내 어려워질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에 전략적으로 손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엔씨는 넥슨이 최대주주로서 요구했던 경영 제안도 함께 해결했다. 넥슨은 이달 초 엔씨에 전자투표제 도입, 연봉 5억원 이상 비등기 임원의 보수 내역 공개 등과 더불어 ‘제3자와 협업 강화를 통한 다양한 수익원 발굴’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엔씨가 이를 충족하면서 손해는 보지 않는 묘안을 택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제안은 사실상 ‘넥슨과 협업하라’고 강요한 것인데, 여기에 엔씨가 뒷통수를 친 셈”이라고 해석했다.

이 같은 엔씨의 행보에 넥슨은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넥슨 측은 양 사의 협력 발표 직후 “엔씨소프트의 자사주 매각 결정이 진정으로 주주 권리를 존중하고 장기적 회사 발전을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향후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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