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0여명 적발 불구, 14번가 일대서 다시 기승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다시 성행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단속 중인 걸 알면서도 손님들이 여전히 찾아옵니다.”
미국 워싱턴시 당국과 경찰이 도심에서 행해지는 성매매를 뿌리뽑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16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워싱턴 도심 성매매의 본거지는 구 대한제국 공사관이 위치한 ‘로건 서클’ 인근 14번가 일대다. 1990년대까지 흑인 거주지였던 이 곳은 성매매가 극성을 부렸는데, 2000년대 도심 재개발로 현대식 빌딩과 호텔이 들어서면서 잠시 주춤하는 듯하더니 최근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집값 떨어지고 범죄가 우려된다’는 주민들의 성화 때문에 경찰이 지난달 14번가 일대에서 함정 단속을 벌인 결과, 50여명 남성이 성매매를 시도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성매매 유도 전단지와 인터넷 광고 등 경찰의 함정 단속에 속아 호텔 방까지 찾아왔다가 붙잡힌 사람 중에는 미국 프로농구(NBA) 출신의 농구 해설가인 그렉 앤서니(47ㆍ사진) 같은 유명인사도 포함돼 있다.
인근 주민들은 물론이고 단속에 나선 경찰마저 워싱턴 도심의 성매매가 근절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위기다. 경찰 단속에 걸리면 패가망신 당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여전히 성매매 수요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4번가 일대를 관할하는 워싱턴 제3구역 경찰서의 제이콥 키스터 서장은 “이번 주말에 단속을 벌이더라도, 지난주와 비슷한 수준의 성매수 시도 남성을 검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인터넷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는 성매매 여성으로 위장해 활동하는 여경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는 등 경찰 단속을 회피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성매매 여성들도 매우 적극적이다. 대부분 워싱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이들 여성들은 업소에서 일을 마친 뒤 일종의 부업으로 성매매에 나선다. 11번가 인근 애즈버리 연합 감리교회의 아담 브리틀 목사는 “성매매 여성들은 하루에도 시간에 따라 세 부류의 남성들을 상대한다”고 말했다. 낮에는 인터넷으로 호객 행위를 하고,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업소가 문을 닫은 새벽녘에는 길거리로 나선다는 것이다. 브리틀 목사는 “성매매를 근절하려면, 성을 사고 파는 당사자 대신 성매수 여성을 조종하고 착취하는 포주들에 대한 근본적 단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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