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고 있어도 눈물이 날 상황이다. 최근 충무로 ‘빅4’의 처지다. 실적은 올랐어도 적자를 보거나 해외 투자 유치에 성공했는데도 흥행은 죽을 쑤고 있다.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의 성과는 눈부셨다. ‘명량’이 1,761만 관객을 모으며 국내 최고 흥행 영화가 됐다. 연말 개봉한 ‘국제시장’도 1,337만명이 찾아 최근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흥행 2위에 올랐다. CJ가 한 해(개봉연도 기준) 2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하기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CJ는 지난해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37.2%로 1위를 탈환했다.
속을 들여다보면 환호만 지를 수 없다. 지난해 CJ의 영업손실액은 40억원이었다. CJ는 설 명절을 겨냥해 개봉한 ‘쎄시봉’(112만명)이 흥행부진에 시달리고 있어 웃으며 설을 맞이할 수 없는 처지다.
‘만년 3인자’ 롯데엔터테인먼트도 난처한 상황이다. 롯데는 최근 미국의 대형 스튜디오 패러마운트픽처스와 배급대행 계약을 맺었다. 패러마운트는 2006년부터 CJ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트랜스포머’ ‘미션임파서블’ 시리즈 등을 한국 극장가에 선보이다 올해 ‘터미네이터’ 5편인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와 ‘미션임파서블 5’ 등을 롯데를 통해 개봉한다. 롯데는 외화를 포함한 국내 관객점유율 1위에 오를 발판을 마련했다.
대형 호재에도 마냥 웃을 수 없다. 이병헌 전도연 주연의 대형 사극 ‘협녀: 칼의 기억’때문이다. ‘50억 협박녀’ 사건으로 이병헌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늘면서 연말 개봉을 놓쳤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맞붙는 여름시장을 겨냥하려 해도 이병헌이 주연한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와 개봉 일정이 겹친다. 최근 이병헌이 법원에 제출한 피해자처벌불원의견서가 ‘협녀’ 개봉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3년 한국영화 관객점유율 1위를 차지해 충무로를 놀라게 한 뉴(NEW)도 희비를 함께 겪고 있다. 뉴는 지난해 10월 중국 화책미디어로부터 535억원 지분 투자를 받았으나 흥행세가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 ‘해무’와 ‘패션왕’ ‘빅매치’가 흥행에 실패한 데 이어 하정우가 주연ㆍ감독한 ‘허삼관’도 흥행 참패했다. ‘7번방의 선물’과 ‘변호인’ ‘신세계’ ‘숨바꼭질’ 등으로 기세를 올리던 2013년과는 너무 다르다. 지난해 매출액은 50.9% 줄었다.
CJ의 오랜 맞수 쇼박스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로 풍성한 설 대목을 맞으려다 비상이 걸렸다. ‘조선명탐정’은 지난 11일 개봉 뒤 일일 흥행 순위 1위를 지켜오다 16일 외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 덜미를 잡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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