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목동 등 입시 학원들 관행화 200만원대 학원비 한꺼번에 내야
할인 혜택도 없어 부담만 가중 "수강생 확보 꼼수… 제재 방안 필요"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이달 초 재수를 선택한 아들의 학원비용 때문에 마음고생을 했다. 아들이 선택한 이 지역 유명학원 재수정규반의 학원비가 홈페이지에 기재된 월 90여만원 보다 2배 이상 비싼 200만원대 였기 때문이다. 학원에 문의한 결과 “학원비 두달치를 선납하는 게 관행이며 거의 모든 학원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A씨는 “강의 내용과 학원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는데 비싼 학원비 두달 치를 미리 받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관련 규정을 보여달라”고 따졌다. 그제서야 학원 측은 “정 그렇다면 한달치 학원비만 우선 받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주요 입시학원의 재수정규반(또는 재수종합반) 과정이 이달 초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학원측의 일방적인 학원비 수납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재수학원들이 두달치 학원비 선납을 관행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재수생 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서울 지역 주요 학원들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양천구 목동, 노원구 등 이른바 ‘교육 특구’에서 재수종합반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입시 전문학원들이 두달치 학원비를 한꺼번에 받고 있다. 월 수강료는 인문계의 경우 90만원대, 자연계는 100만원 안팎이며 학원 교재비(월 10만~15만원)와 선택이 가능한 특강료는 별도다.
두달치 선납 시 할인 혜택을 주지도 않으면서 관행적으로 비싼 학원비를 몰아 내도록 하는 것에 대해 학부모들의 불만이 크다. 재수를 결심한 딸을 둔 주부 D(48)씨는 “학원 세 곳을 알아봤는데 모두 두달치를 요구했다”며 “부담이 적지 않았지만 매달 학원비를 내도 된다는 안내를 하는 학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자연계열 재수생 E(19)양은 “부모님의 반대를 겨우 설득해 강남 모 재수학원에 등록했는데 두달치 수강료로 무려 200여만원을 한꺼번에 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눈물이 났다”고 토로했다.
학원들은 교재가 대개 2개월 강의로 구성돼 있고 강사료 등을 미리 책정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수강 반 편성 인원을 예상하고 강의료를 미리 책정해야 해 2개월 단위로 학원비를 받고 있다”며 “학교와 대학이 등록금을 각각 분기ㆍ학기별로 받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수강료 납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규정도 없는 상태다. 학원 수강료에 대한 규정은 지역별로 1분당 200원 수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반환에 대한 규정 뿐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두달치 또는 세달치를 한꺼번에 받는 학원비 선납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입시업체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학원들이 최소 2개월 간 수강생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며 “사실상 갑의 횡포여서 교육당국이 행정지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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