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신임 국무총리의 국회 인준이 16일 어렵사리 관철되면서 당청관계가 일단 순풍을 타게 됐다. 이 같은 기류는 청와대ㆍ정부 후속 인사에 대한 평가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수도 있고 급격히 달라질 수도 있다.
이 총리 인준안이 가결되는 데는 여당 단속과 야당 압박을 전략적으로 병행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비주류’ 지도부의 공이 컸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과 청와대 사이엔 긴장이 흘렀지만, 두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총대’를 메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10일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회동으로 불편한 기류가 어느 정도 해소됐고, 이 총리 인준을 계기로 본격적인 난류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총리 인준이 좌절됐다면 청와대는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지고 ‘조기 레임덕’ 상황에 처할 수 있었다. 청와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청와대가 당분간 여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배려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도 인준안 통과 직후 “당청간에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면서 국정이 잘 운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당청간 화해 기조는 한시적일 것이란 전망도 많다.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성향상 언제든 “할 말은 하겠다”는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 ‘증세 없는 복지’ 논란 등 갈등의 불씨도 많고, 내년 4월 20대 총선이 다가올수록 청와대와 각을 세울 가능성도 높다.
당청관계의 1차 고비는 이르면 17일 공개될 청와대ㆍ정부의 후속 인사개편이다. 청와대가 또 다시 ‘마이 웨이’ 쇄신안을 내놓을 경우 당청관계는 곧바로 냉각될 수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인준안 가결 직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청와대에 말씀드린 이후 지켜보고 있다”며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17일 오전 이 총리 임명장 수여식과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이 날 오후 인적쇄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리 인준 직후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쇄신 구상이 끝나지 않아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 여부 등 일부 인사 발표가 설 연휴 이후로 미뤄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설 전에 인사를 끝낼 것이라고 우리가 말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신임 총리의 제청을 받아 개각을 단행하겠다”고 수 차례 밝혔고 전국의 민심이 뒤섞이는 설 연휴를 앞두고 있는 만큼 17일 개각만 단행하거나 김 비서실장 교체 여부까지 함께 발표할 수도 있다.
김 비서실장 교체가 확정될 경우 후임으로는 권영세 주중대사와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김병호 언론재단 이사장, 한덕수 전 총리,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김원길 전 복지부장관 등이 거명된다. 청와대가 ‘소폭’으로 못박은 개각 대상으로는 해양수산부와 국토교통부, 통일부 등 1~3개 부처와 금융위원회 등이 꼽힌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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