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인준 표결 참여 승부수 들러리 못 선다는 강경파 설득
새누리, 표 단속에도 이탈표 속출 "상처뿐인 통과" 자조 섞인 평가
국회가 16일 우여곡절 끝에 이완구 신임 국무총리 인준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야 새 지도부의 희비는 엇갈렸다. 새누리당은 3명의 총리 후보자가 연쇄낙마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대야 협상력 부재에다 이탈표까지 나오면서 체면을 구겼다. 반면 야당은 인준안 통과를 막지는 못했지만, 국회 절차를 지키면서 이 총리를 ‘반쪽 총리’로 만들며 힘을 빼는 데 성공했다. 여당은 실리를 챙겼지만 내상이 컸고, 야당은 ‘지고도 이기는’ 전략으로 명분 싸움에서 앞섰다는 평가다.
野 문재인, “국민 뜻” 앞세운 표결 참여 승부수로 선전
여당의 단독처리 방침과 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 가능성을 두고 극한으로 치닫던 인준안 처리의 매듭을 푼 것은 야당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이 총리 인준안 표결에 참여하기로 전격 결정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간 당내에선 “부적격 총리 통과에 들러리를 서줄 수 없다”며 본회의 보이콧을 주장하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표결에 불참하더라도 총리 인준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워 의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표결 참여를 끌어냈다. 본회의를 보이콧해봤자 추가로 내놓을 마땅한 카드가 없는데다 ‘국정 발목잡기’ 이미지만 얻어왔던 이전 경험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민심을 앞세운 명분 싸움에서 이기며 향후 정국 주도권 경쟁에서도 일정 부분 우위를 점하게 됐다. 본회의에 참석한 소속 의원(124명)보다 반대표가 더 나오면서 이탈표 없는 결속력을 과시했고, 결과적으로 부적격 인사라는 점도 부각시켰다. 문재인 대표는 표결 직후 “새누리당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면서 “국민이 반대하는 총리 후보자를 끝내 인준하고 임명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문 대표가 이 총리 통과 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하자고 불쑥 제안한 것을 두고는 정치력의 부족을 드러낸 ‘옥에 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與 유승민, ‘합리적 보수’ 이미지 손상… 최악은 면해
여권에선 “상처뿐인 통과”라는 자조섞인 평가가 나왔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회 과반의석을 앞세워 단독처리 강행 카드로 야당을 압박하는 데에만 몰두했다가 결국 새정치연합이 본회의 표결 참여로 돌아선 뒤에는 내부 이탈표가 드러나면서 이 총리 인준안에 대한 찬성률이 52%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청문회와 인준 표결 과정 내내 지도부가 표 단속에 적극 나섰음에도 이탈표가 속출한 것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가장 뼈아픈 대목이다. 당 안팎에선 “이 총리는 구했지만 ‘투 톱’의 내상이 크다”는 얘기가 나왔다. 두 사람 공히 당청관계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야당과도 파트너십을 발휘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이 총리 인준안을 밀어붙이면서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다만 이 총리 인준안 통과로 당분간 당청관계에서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은 그나마 성과로 꼽을 만하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청와대 입장에선 비주류 지도부에 대한 의심이 있었을 텐데 당에서 총대를 매줬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신뢰를 회복하게 됐다”며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입지도 이전보다 조금 넓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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