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8차 대회 23명중 3위…평창올림픽 메달 성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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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은 썰매 경기 가운데서 가장 짜릿하고 아찔한 종목이다. 빙판 위를 ‘한 조각’ 썰매에 의지해 바짝 엎드린 채 머리부터 내려오기 때문이다.
루지가 머리를 뒤로한 채 하늘을 보고 누운 채 경기를 하는데 반해 스켈레톤은 머리를 정면으로 엎드린 채 빙판을 질주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트랙 코스 길이가 1,200∼1,500m, 커브 구간은 14~19개다. 시속은 130km를 넘나든다. 그런데 커브를 도는 순간, 가속도로 인해 체중의 4배에 가까운 중력을 받는다. 부상 위험이 그만큼 높다. 안전 장치가 필수다. 선수는 턱 보호대가 부착된 헬멧, 팔꿈치 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같은 썰매종목인 봅슬레이와 루지는 2인승과 4인승 경기가 있지만 스켈레톤은 1인승 경기만 있다. 혼자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타려면 적지 않은 적응시간이 필요하다. 보통은 타종목 선수 출신이 썰매를 잡는다. 아무래도 운동 신경이 있어야 최고 시속 130㎞의 스피드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현 남녀 국가대표 6명 가운데 윤성빈(21ㆍ한국체대)을 빼면 모두 선수 출신이다. 육상, 축구 등 체계적으로 훈련 받은 ‘체육인’이 스켈레톤으로 전향했다.
하지만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 단연 윤성빈이다. 윤성빈은 16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2014~15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월드컵 8차 대회에서도 1, 2차 레이스 합계 1분53초68의 기록으로 23명의 선수 중 3위에 올랐다. 1주일 전 7차 대회 4위에 이은 월드컵 두 대회 연속 메달 레이스다. FIBT는 주관 대회에서 6위까지 메달을 준다.
윤성빈은 신림고 재학 중이던 2012년 여름, 체육 선생님의 눈에 띄어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타종목 경험이 전혀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뛰어난 운동신경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부회장은 “178㎝의 그리 크지 않은 키로 어렵지 않게 덩크슛을 내리 꽂았다. 놀라운 탄력이었다”고 회상했다.
좋은 순발력까지 갖춘 윤성빈은 75㎏이던 체중을 87㎏까지 불려 대표팀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약점인 스타트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웨이트트레이닝에 쏟아 부었고, 단기간에 가벼운 썰매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2012년 9월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스타트대회는 윤성빈의 이름 석자를 제대로 알린 무대다. 고작 3개월 썰매를 탄 새내기가 국가대표 선배들을 모조리 꺾고 우승한 것이다.
썰매인들은 ‘천재’의 등장에 반색했지만, 첫 술에 배부르진 않았다. 기대를 모은 2014 소치 올림픽에서 16위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처음 도전장을 내민 월드컵 무대에서 연일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12월 2차 대회에서 3위에 올라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고, 지난달 5차 대회에서도 역대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경기로 월드컵 시리즈를 마친 윤성빈은 당당히 종합 6위(1,218점)에 이름을 올렸다. 라트비아의 마르틴스 두쿠르스(1,770점), 토마스 두쿠르스(1,526점) 형제가 1,2위, 독일의 악셀 정크(1,408점)가 3위다. 그러나 실격으로 성적을 인정받지 못한 1차 월드컵(4위 기록)이 인정됐다면 윤성빈은 종합 순위를 3위까지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조인호 스켈레톤 대표팀감독은 “장비 코치의 영입으로 기존보다 전략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대비해 트랙과 아이스 전문가 등을 영입한다면 한층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윤성빈의 평창 올림픽 메달 사냥이 더 이상 희망사항만은 아니다라며 기대에 부풀고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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