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전 부장판사가 "명예훼손" 고소…댓글정보 공개 경위 등 밝혀질 듯
대법, 사표 오늘자로 수리
정치적으로 편향적인‘막말 댓글’을 약 1만개 남긴 현직 부장판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대법원은 16일자로 해당 판사의 사표를 수리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정렬(46) 전 부장판사는 “A 부장판사가 남긴 댓글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홈페이지를 통해 고소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2011년 ‘가카새끼 짬뽕’등의 표현을 써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패러디물을 페이스북에 올려 서면경고를 받았다. A부장판사는 이 전 부장판사 징계 기사에 “페이스북 치워놓고 네 일이나 좀 열심히 하지 그러셨삼”이란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장판사는 “비겁하게 익명으로 숨어서 저열한 언어로 나를 비방·모욕한 점, 부도덕에는 눈을 감고 오히려 약자를 짓밟은 점 등 그분의 언사가 나를 무척 불쾌하게 했다”고 페이스북에 고소 이유를 밝혔다.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고소로 A부장판사가 남긴 다른 막말 댓글의 위법성도 수사가 가능하다. 이 전 부장판사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A씨의 직무상 위법행위가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사건이 접수되면서 A부장판사의 변호사 개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변호사법 8조는 ‘재직 중 위법행위로 인해 징계 처분을 받은 자’뿐만 아니라 ‘재직 중 위법행위와 관련해 퇴직하거나 형사소추를 받은 자’에 대해서도 변호사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등록심사위원회가 ‘공무원 재직 중 문제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판사가 변호사로 등록하는 것은 국민정서에 반한다’는 여론을 충분히 고려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정업무경비 유용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수사를 받았던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도 한 차례 변호사 등록이 거부됐다.
만약 A부장판사가 자신의 댓글 정보가 위법적으로 공개됐다며 수사의뢰를 할 경우, 사건은 개인정보유출로 확대될 수 있다.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A부장판사가 ‘무기명 상태에서 낸 개인적 의견일 뿐, 이 전 부장판사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할 경우, 경찰로선 형사적 책임 유무 확인을 위해 댓글 공개 경위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A부장판사가 댓글 일부를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아이디로 해서 작성했고, 그의 이메일을 구글에서 검색하면 신원이 바로 확인되는 것으로 알려져 해킹 등 위법성 없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14일 대법원은 A부장판사가 제출한 사표를 16일자로 수리하며, “해당 법관이 맡았던 재판의 공정성과 신뢰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에서 계속 법관 직을 유지하게 할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고 즉시 사표를 수리한 것에 대해 “징계절차가 끝난 뒤 해당 판사가 법원에 남겠다는 의지가 강할 경우 (법관신분의 법률 보장으로) 조직 밖으로 내보낼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사권한이 없는 대법원으로선 진실규명보다 사법신뢰 회복에 우선을 둘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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