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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의 지략 17년… 전설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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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의 지략 17년… 전설이 되다

입력
2015.02.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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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K 꺾고 전인미답의 기록

35세에 최연소 농구 사령탑 올라 모비스서 네 차례나 챔피언 끌어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이 1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15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홈 경기 도중 자신의 통산 500승을 확신한 듯 미소를 짓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이 15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4~15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홈 경기 도중 자신의 통산 500승을 확신한 듯 미소를 짓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유재학(52) 울산 모비스 감독은 15일 서울 SK전에 앞서 자신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한국프로농구(KBL) 사상 최초의 개인 통산 500승 달성보다 팀 승리가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결과에 따라 우승으로 가는 7부 능선을 넘느냐, 불안한 선두를 달리느냐가 걸렸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지금 상황에서 500승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기록은 늘 말했듯이 오랜 감독 생활로 인한 당연한 결과”라고 손사래를 쳤다.

경기 전 신중함을 유지했던 유 감독과 달리 제자들은 의욕이 넘쳤다. 안방에서 스승의 대기록을 자축할 수 있도록 의기투합했다. 그 중심에는 주장 양동근(34)이 있었다. 2004년 모비스 입단 때부터 유 감독의 집중 조련을 받고 프로농구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우뚝 선 양동근은 SK전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 22점을 넣고 6리바운드와 5어시스트를 곁들여 팀의 70-60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유 감독은 전인미답의 500승 금자탑을 쌓았고, 모비스(35승12패)는 정규리그 우승까지의 매직넘버를 ‘6’으로 줄였다. 사령탑 500승은 60여 년 역사의 미국프로농구(NBA)에서도 15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유 감독은 경기 후 코트 중앙으로 나와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또 구단으로부터 500승 달성 기념품과 특별 유니폼을 받았다. 그는 “정말 영광스러운 500승”이라며 “여기까지 오게 될 줄 몰랐다. 나는 굉장히 운이 좋은 남자”라고 몸을 낮췄다. 유 감독은 또한 500승을 안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양동근에 대해 “역시 동근이가 나를 제일 잘 챙기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마워했다.

현역 시절 ‘천재 가드’로 불렸던 유 감독은 무릎 부상으로 28세에 선수생활을 접고 1997년 프로농구 원년부터 대우증권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유 감독이 1998년 5월 대우 사령탑에 선임됐을 때 나이는 겨우 35세로 최연소 사령탑이었다. 유 감독은 대우, 신세기, SK, 전자랜드를 거쳐 2004~05시즌 모비스 지휘봉을 잡았다.

모비스 사령탑을 맡고서 지난 시즌까지 10시즌 동안 네 차례나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각각 은, 금메달 획득을 지휘하는 등 국가대표 사령탑으로도 지도력을 발휘했다.

유 감독은 500승384패를 기록, 2위 전창진(423승302패) 부산 KT 감독과의 격차를 벌렸다. 그는 농구계에서 ‘만수’로 통한다. 상대의 수를 꿰뚫는 만가지 수를 갖고 있다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연세대에서 코치 생활을 하면서 최희암 감독님을 모셨다. 운동이나 생활 모두 워낙 철저하셨다. 최 감독님으로부터 4년을 배우면서 그 영향이 있었다. 나에게 아직 최 감독님에게서 배운 철저함이 남아있는 것 같다. 롤모델은 방열 대한농구협회장이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농구를 가르쳐 줄 때 ‘농구에 이런 게 다 있구나’ 하는 것을 배웠다. 김인건 전 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로 고마운 스승”이라며 은사들에게 대기록의 영광을 돌렸다.

원주 동부는 홈에서 전주 KCC를 73-60으로 따돌렸다. 6연승을 달린 동부는 SK를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반면 KCC는 8연패 늪에 빠졌다. 고양 오리온스는 창원 LG를 홈으로 불러 104-81로 제압했다. 오리온스가 넣은 104점은 이번 시즌 한 경기 팀 최다 득점 기록이다. 26승22패가 된 오리온스는 LG(25승22패)를 밀어내고 단독 4위가 됐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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