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원장보급도 6명 물갈이
김영기·양현근, 상고·지방대 나와… 진은섭 원장도 검정고시·상고 출신
임원 14명 중 6명이 비주류, 절반은 1960년대 생인 점도 눈길
‘금융 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을 ‘젊은 비주류’가 점령했다. 학벌주의와 연공서열이 만연해 있는 경제 유관기관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검정고시-상고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인 진웅섭 금감원장 취임(11월19일) 후 석 달만의 변화다. 외형 만이 아니라 내면까지 바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은 15일 부원장보급 9명 중 6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하며 임원진 구성을 마무리했다. 김영기 감독총괄국장, 권순찬 기획검사국 선임국장, 양현근 기획조정국장, 이상무 총무국장, 조두영 특별조사국장 등 5명이 부원장보, 박희춘 회계감독1국장이 전문심의위원으로 각각 승진했다. 지난해 말 부원장 3명을 전원 교체한 데 이은 후속인사다. 이로써 진 원장 취임 이후 임원 13명 중 9명이 교체되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다.
이번 부원장보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 중 하나는 지방대 및 상고 출신이 얼마나 발탁되느냐였다. 경북 동지상고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대학(건국대)에 진학한 진 원장이 앞선 부원장 인사에서 3명(서태종 박세춘 이동엽) 모두 지방대 및 상고 출신으로 채우는 ‘파격 인사’를 단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예상대로 상고와 지방대를 나온 김영기ㆍ양현근 국장이 나란히 부원장보로 승진하면서, 원장을 비롯한 금감원 임원 14명 중 6명이 ‘비주류’ 출신으로 채워졌다. 새 임원진 중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은 3명뿐이다. 최수현 전 원장 시절 임원 절반(7명)이 SKY 출신이었던 것과 사뭇 다른 구성이다. 금감원은 “출신, 학연, 지연 등 비합리적 요소를 배제하고 업무능력, 평판, 도덕성을 두루 갖춘 인물을 임원으로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임원 절반인 7명이 1960년대 출생자란 점도 관심을 끈다. 서태종 수석부원장이 1964년생으로 가장 젊고, 부원장보 7명 중 6명이 1960~63년생이다. 이어질 국ㆍ실장(57석) 인사의 폭도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옛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출신을 적절히 안배하던 임원 인사 관행도 허물어졌다. 금감원은 이 3기구를 통합해 1999년 설립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나눠 먹기’ 식 임원 인사가 관행처럼 자리잡아 왔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는 검찰 출신인 조두영 부원장보와 회계법인 임원 출신인 박희춘 위원을 제외한 내부승진자 4명이 모두 은행감독원(한국은행) 출신이다. 이를 두고 “순수하게 업무능력 만을 가지고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지나친 특혜 편중 인사”라는 비판이 교차한다. 특히 보험 담당 부원장보 자리가 이번 인사까지 두 번 연속 한은 출신에 돌아가자 보험감독원 출신 직원 사이에 ‘홀대론’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이날 현행 기획검사국을 금융혁신국으로 개편하는 등 4개 국ㆍ실의 명칭과 업무를 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특히 전 금융권을 상대로 금감원장 특명 검사를 수행하며 ‘금융 중수부’로 불려온 기획검사국은 이번 조직개편으로 사실상 폐지된다. 최 전 원장 재임기였던 지난해 4월 선제적 금융사고 예방을 기치에 걸고 출범한 기획검사국은 별다른 성과도 내지 못한 채 불과 1년도 안돼 간판을 내리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의욕적으로 출범시켰지만 애당초 욕심이 너무 앞섰던 조직”이라고 말했다. 새로 개편되는 금융혁신국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금융사 영업관행을 타파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진 원장은 대신 당국 역점 사업을 수행할 부서를 신설했다. 핀테크(IT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담당할 전자금융팀이 ITㆍ금융정보보호단 밑에 신설되고, 감독총괄국 밑엔 금융산업지원팀이 만들어져 금융회사의 애로사항을 파악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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