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강남, 예능 한방에 승승장구
지상파 드라마도 하락세 이어지자 대박 기회 찾는 연예인들 예능 올인

“‘무한도전’에 우정 출연했을 때 출연료는 못 받았어요.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죠.”
MBC ‘무한도전’의 멤버는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노홍철과 길로 인해 7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그래선지 멤버들이 섭외한 연예인들이 게스트로 나오는 일이 많아졌다. 평소 친분을 활용해 무작정 찾아가는 스타의 집, 새벽에도 불러내 벌이는 파티 등 시청자들에겐 볼 만한 소재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제작진이 정식으로 섭외한 게 아니라 연예인들이 친분을 이용해 출연케 한 이들에겐 출연료가 없다고 한다. ‘무한도전’에 몇 번 얼굴을 내민 한 연예인의 소속사는 “평소 TV를 통해 활동하는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무한도전’ 등 인기 예능에서 느닷없이 출연 요청이 오는 경우 웬만하면 출연한다”고 했다. 출연료를 받지 못해도 “대중에 잊혀지지 않고, 운이 좋아 CF까지 찍으면 더할 나위 없다”고 귀띔했다.
한 때 지상파 방송사의 평일 심야 미니시리즈는 배우나 아이돌그룹 멤버가 꼭 출연하고 싶은 1순위 프로그램이었다. 연예기획사들은 드라마의 대본을 미리 받아 제작사와 방송사 등에 줄을 대는데 혈안이 됐었다. 잘 나가는 톱스타를 주연급으로 내세우고 조연으로 아이돌그룹의 멤버나 신인을 ‘끼워 넣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지상파 방송의 미니시리즈가 시청률 10%도 넘지 못하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드라마는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 대안이 예능 프로그램이다. 배우들이 많은 연예기획사 매니저들도 예능 프로그램에 자사 연예인들의 프로필을 들이미는데 여념이 없다. 한 회 출연하더라도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면 광고 시장에서 주목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연예인이 걸스데이의 혜리와 M.I.B의 강남이다. 혜리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 출연해 “히잉~”하는 애교로 전국민을 홀렸다. 그 뒤 식품 의류 게임 등 CF를 찍으면서 광고료로만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도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한 이후 인기를 얻어 현재 MBC ‘나 혼자 산다’와 MBC ‘일밤-애니멀즈’, KBS ‘투명인간’, JTBC ‘속사정 쌀롱’ 등 5개의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그러니 ‘나 혼자 산다’나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JTBC ‘비정상회담’ 등 시청률이 높고 단발성으로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연예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것도 당연하다. 출연 기회를 잡기 위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두 달 이상 기다리는 일도 다반사다. 연예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들에게 스피치 교육을 시키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방송 생태계가 변하면서 연예인 본업에 대한 개념도 사라졌다”고 말한다. 예능이나 교양 프로에 가수나 배우, 개그맨들이 출연하면서 특유의 방송 색깔은 사라지고, 그럴수록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는 연예인들만 찾게 됐다는 것이다. 비슷한 이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겹치기 출연하는 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는 “흥미 위주의 예능 일색 방송가에서 연예인의 고유한 재능이 부각되지 않고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