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ㆍ실습ㆍ연습 2시간이면 거뜬
'흉부압박 30회+인공호흡 2회'
119구급대 올 때까지 반복해야
"갈비뼈 부러질까 망설일 시간 없어… 뼈는 붙지만 생명은 다시 못 살려"
음악교사인 장선익(56)씨는 지난해 10월 평소 다니던 교회 탁구장에서 시합 도중 쓰러진 지인을 심폐소생술로 구했다. 당시 현장에는 약사를 포함해 20여명이나 있었지만, 가느다란 숨이 깔딱깔딱하다 결국 멈춰버린 지인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마침 장씨는 한 달 전 교사 연수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을 떠올렸다. 그는 “배운 대로 흉부압박과 인공호흡을 5분 정도 실시하니 119 구급대원들이 왔다”며 “지인이 건강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심폐소생술을 배워두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초기 응급조치로 생명을 살리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심폐소생술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필리핀 세부의 한 리조트로 휴가를 떠났던 한국 경찰관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8세 한국 아동을 심폐소생술로 구했고,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체육시간에 쓰러진 친구를 같은 반 친구들이 돌아가며 심폐소생을 실시해 살려냈다. 모두 사전에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 12일 기자가 서울 강서소방서 1층에 위치한 상설 심폐소생술 체험장에서 직접 교육을 받아 보니 숭고한 생명을 살리는 일치고는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이 그리 크지 않았다. 이론교육 30분에 실습교육 60분, 개별연습 30분으로 총 2시간이 소요됐고, 교육내용도 어렵지 않았다.
이론교육에서는 최초 목격자가 하는 심폐소생술이 왜 중요한지 배운다. 심장이 멈춘 후 1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경우 생존율은 97%, 2분 이내의 경우 90%나 되지만, 4분을 넘기면 생존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뇌손상이 시작된다. 하지만 2013년 기준 서울시에서 4분 이내에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한 경우는 58%에 그쳤다. 사고 초기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실습교육에서는 실습용 마네킹을 눕혀 두고 실제 상황인 것을 가정해 흉부압박과 인공호흡법을 배운다. 환자의 양쪽 유두 사이 가운데 지점을 깍지 낀 손바닥으로 30회 세게 누르고, 환자의 입에 숨을 불어넣는 인공호흡을 2회 하는 게 한 세트다. 이를 119구급대가 올 때까지 반복해야 한다. 8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손가락 2개를 사용해 같은 부위를 눌러주면 된다.
물론 실습 도중에도 ‘갈비뼈가 부러지면 오히려 더 위험한 게 아닐까’, ‘어설프게 해서 안 하는 것만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과 갈등이 머리 속에 계속 똬리를 틀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 보내는 것보다는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유미 강서소방서 소방교(응급구조사)는 “부러진 갈비뼈는 다시 붙지만 죽은 생명은 다시 살려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8년 12월부터 시행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일명 ‘선한 사마리아인 법’)도 응급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다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손해를 입힌 경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민형사상 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퍼지면서 심폐소생술 교육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2학기부터 전국 초ㆍ중학교 교직원들은 심폐소생술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고 있고, 예비교사들의 경우 2016년부터 교육대나 사범대 재학 중 두 차례 이상 심폐소생술 실습을 받아야 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시민들이 심폐소생술을 배울 수 있는 공간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경우 지자체 최초로 상설 심폐소생술 체험장을 만들어 2012년 5월부터 시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강서소방서도 소방서 최초로 상설 체험장을 마련해 지난해 8월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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